어머니가 주신 퍼트가 마술을 부렸다

어머니가 주신 퍼트가 마술을 부렸다

기사승인 2013-04-01 15:41:00
[쿠키 스포츠] 30년 된 어머니의 ‘골동품 퍼터’는 마술을 부렸다. 파 행진을 이어가며 1타 차 단독 선두를 지키던 D.A 포인츠(미국).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러프에 걸리는 위기를 맞았다. 어프로치샷도 짧아 홀까지 거리는 4m나 됐다. 포인츠는 골프백에서 1980년대의 오래된 핑 앤서 퍼터를 꺼냈다. 바로 어머니의 퍼터였다. 포인츠의 파퍼트가 리모콘으로 조종이라도 한 듯 홀로 빨려 들어가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던 2위 그룹 선수들은 사색이 됐다.

포인츠는 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험블의 레드스톤 골프장(파72·7천457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셸휴스턴 오픈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내 6언더파 66타를 쳤다.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친 포인츠는 2011년 AT&T 페블비치 내셔널프로암 대회 이후 2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다음 주 개막하는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출전권 확보는 덤이다.

포인츠는 이번 시즌 9차례 대회에서 7차례나 컷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전까지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는 29.57개로 투어랭킹 공동 130위. 부진에 빠져 있던 포인츠는 창고에 처박아 뒀던 어머니의 핑 앤서 퍼터 찾아냈다. 10대 초반 어머니에게서 빌린 뒤 돌려주지 않은 그 퍼터였다. 그 퍼터는 이전에도 마술을 부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는 일리노이주 아마추어 대회에서 그 퍼터를 사용해 여러 차례 우승했고, 지난 2004년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도 그 퍼터로 2승을 낚아 상금 랭킹 2위에 올랐다.

포인츠는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투어 밴을 찾아 퍼터를 조금 손봤다. 텅스텐을 토우와 힐 쪽에 붙여 무게를 조금 늘인 것. ‘재활용 퍼터’는 기가 막히게 손에 딱 맞았다.

위기도 있었다. 4라운드에서 14번 홀까지 6타를 줄여 우승을 향해 순항하던 포인츠는 갑작스런 폭우 때문에 2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이 깃든 퍼트 덕분에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 파퍼트를 낚아 우승을 지켜 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김태현 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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