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이 남자, 끼가 넘친다.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하다. 입담도 보통이 아니다. 자칭 팀의 ‘분위기 메이커’란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의 수비수 배슬기(28·사진). 그는 2일 히로시마 빅아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3차전에서 산프레체 히로시마와의 원정경기에 ‘동참’했다.
배슬기는 주전 중앙 수비수가 지치거나, 아프거나, 다치거나 그도 아니면 경고 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해야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다. 그는 백업 요원이다. 그러나 벤치에서 주전 못지않은 활약을 한다. “경기가 끝나면 목이 쉬어 있어요. 아마 제가 우리 팀에서 가장 소리를 많이 지를 걸요.”
배슬기에게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느냐고 물어 봤다. “출전하지 못한다고 시무룩해 있으면 팀 분위기가 죽잖아요. 벤치에서 동료들을 열심히 응원하는 것도 제 역할이죠.”
배슬기는 가끔 개그맨 못지않은 입담으로 동료들의 배꼽을 빼 놓는다. 지난달 1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자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분요드코르와의 조별리그 2차전 때 있었던 에피소드 한 가지. 포항이 경기 종료 직전 2-1로 앞서 있을 때 골키퍼 김다솔이 상대 선수와 부딪쳐 쓰러졌다. 그러자 배슬기가 소리 질렀다. “우리도 할 수 있어, 침대축구. 우리는 과학이다.” 이 말을 듣고 주위 사람들이 모두 쓰러졌다.
배슬기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침대축구가 페어플레이는 아니죠. 그렇지만 그때 정말 침대축구를 해서라도 이기고 싶어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포항은 분요르코르전에서 마지막 순간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해 2대 2로 비겼다. 포항이 배슬기의 말대로 침대축구를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배슬기는 자타가 인정하는 ‘행운의 사나이’다. “지난 시즌부터 제가 동행한 경기에서 우리 팀은 한 번도 진 적이 없어요.” 어쩌면 그 때문에 황선홍 포항 감독은 출전시키지 못하더라도 경기 때마다 배슬기를 데리고 다니는 건 아닐까?
이번 시즌 배슬기는 아직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경기를 보고 있으면 몸이 근질거린다는 그는 “1분 만이라도 좋으니까 한번 뛰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전이 아니다 보니 그의 이번 시즌 목표는 소박했다. “15경기 정도 출전하고 싶어요. 출전 기회를 잡아야 뜰 텐데…”
아직은 무명인 배슬기는 인터넷 서핑을 하면 화가 난다고 했다. “제 이름을 검색하면 연예인 배슬기로 도배돼 있는 거예요.” 축구선수 배슬기가 연예인 배슬기를 압도하는 날은 언제 올까?
히로시마=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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