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지난 2006년 ‘1남 3녀’의 독특한 성비 구성으로 데뷔 당시 인디신에서 화제를 몰고 왔던 아일랜드시티. 여성 보컬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파워풀한 연주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정규 1집 ‘아일랜드시티’ 이후 활동을 중단해 아쉬움을 샀다.
그리고 2년여 만에 아일랜드시티의 베이시스트 서아름이 ‘아름이’라는 이름으로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서아름은 지난달 27일 미니 앨범 ‘네게 스며드는 날’을 발표하고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타이틀곡 ‘아직 우린’을 포함해 총 6곡으로 구성된 이 앨범에서 서아름은 기존의 밴드 모습에서 탈피해 간결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자신만의 색을 선보였다.
“아일랜드시티 활동 중단 후 한동안 푹 쉬었어요. 그 시간이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밴드 활동과 곡 작업이 저의 생활의 전부였는데, 모든 것이 정지돼 버리니까 쓸쓸하고 외로웠어요. 허탈감과 공허함에 한두 달은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했었죠.”
오랫동안 지치고 힘들었던 밴드 생활. 하지만 음악을 놓고 더욱 힘들었던 그녀다.
“그렇게 한동안 폐인처럼 살다가 어느 날 나를 위한 음악을 하자고 결심했어요. 친한 레이블 대표님이 제 목소리가 다시 듣고 싶다고 했던 말이 큰 힘이 됐거든요. 그 후로 ‘렌카’를 비롯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곡을 닥치는 대로 듣고, 미술 전시 모임에도 참여하면서 음악적 영감을 많이 얻었어요.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한 노래가 아닌 내 목소리에 맞고 내 마음을 잘 드러내는 곡을 쓰고, 음악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데모도 녹음했어요.”
그렇게 서아름은 6곡이 담긴 미니 앨범을 내놨다. 모든 곡의 작사와 작곡은 물론 연주, 편곡, 프로듀싱까지 해내며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타이틀곡 ‘아직 우린’을 포함해 ‘네가 스며드는 날’ ‘다 알고 있는데’ ‘조금만 더 잘게요’ 등은 음악적으로 성숙해진 서아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앨범은 자신의 감정을 소소한 일상과 사랑 이야기에 빗대 차분하게 표현한다. 자칫 우울할 수도 있는 가사를 편안하게 잘 풀어내 듣는 이의 귀를 편하게 해 준다. 슬픈 마음을 담백하게 표현하며 서아름은 음악으로 ‘힐링’했다.
“슬프지만 씩씩하게, 애써 의도적으로 희망차게 가사를 썼어요. 당시에는 많이 힘들어서 글로 제 마음을 움직여서 힘내려고요. 제 마음의 ‘힐링’이 목적이었죠. 결과적으로는 음반이 나왔지만.”(웃음)
서아름에게 이번 앨범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멤버들과 함께 채우던 무대에서 홀로서기, 그리고 베이시스트에서 싱어송라이터로의 변신.
“밴드의 추억을 잊기가 쉽진 않죠. 그래도 혼자 지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솔로 음반이 나오고 처음 섰던 무대가 공교롭게도 아일랜드시티 활동 중단을 선언한 클럽이었어요. 겁났죠. 무대에서 울음이 터질까봐 걱정도 하고… 다행히 약간의 가사 실수 빼고는 무난하게 공연했어요.”
“베이시스트에서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하기도 쉽진 않았죠. 그동안의 스타일을 버리기가 힘들었어요. 곡 작업과 연주만 했던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장르, 목소리, 음역대를 찾는 것도 어려웠죠. 말하듯이 노래하려고 노력했고, 마음의 풍경을 그리듯 가사로 표현했어요.”
그녀는 힘들었지만 입으로 노래할 수 있어 ‘시원하다’고 했다. 밴드 시절에는 베이스 연주로만 감정을 전달해 조금 아쉬웠는데, 지금은 연주에 가사를 덧대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어 팬과의 교류가 더 수월해졌다고도 했다. 그만큼 팬과의 소통을 갈구해왔다는 의미다. 그 갈증을 풀기 위해 이번 앨범 제작 과정에서 팬들의 참여를 유도한 소셜 펀딩을 기획했다.
“밴드 생활 때부터 이벤트를 생각했어요. 특별한 추억을 만들자. 그래서 ‘기억조각’이라는 주제로 앨범 수록곡 가사가 담긴 나무 책갈피와 일러스트 액자를 준비했어요. 후원인에게 줄 작은 선물인 거죠. 많은 분께 후원을 받긴 했지만, 그것보다 작은 추억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가 더 커요.”
선물을 직접 만들었기에 그 추억이 더욱 특별하다. 작곡에 노래에 베이스에 그림까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학창시절부터 그림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녀다. 그림을 보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면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
“당숙이 유명한 화가세요. 덕분에 학창시절부터 미술 전시를 자주 보러 다녔어요. 자연스레 미술에 관심을 두게 됐고, 작품을 보면 음악이 떠올라요. 한마디로 제게 그림은 창작의 원천인 거죠.”
서아름은 오는 12일 오후 8시 서울 서교동 클럽 네스트나다에서 쇼케이스로 본격적인 솔로 활동의 시작을 알린다.
“이번 앨범에서 보여 드린 색을 일부에 불과해요. 앞으로 다양한 색의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기대해 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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