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의 커피 이야기] 세상에 없던 커피 맛을 창조하는 ‘블랜딩’

[최정화의 커피 이야기] 세상에 없던 커피 맛을 창조하는 ‘블랜딩’

기사승인 2013-04-10 08:15:01

[쿠키 생활] 아무런 향이 나지 않는 생두가 풍부하고 진한 향을 머금은 원두커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로스팅’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렇다면 단종 원두 커피에 없는 ‘다양한 맛과 향기’는 어떻게 창조하는 것일까?

커피콩 한 종류만 볶은 단종 원두 커피, 즉 스트레이트(Straight Coffee) 커피는 우수한 품질의 원두 한 가지만을 추출했기 때문에 해당 원두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스트레이트 커피에 없는 다양한 맛과 향기는 ‘블랜딩(Blending)’을 통해 완성된다.

‘블랜딩’이란 특성이 다른 2가지 이상의 원두를 적절한 로스팅과 배합 비율로 섞어 새로운 맛을 내는 것을 말한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스트레이트 커피는 성악가 혼자서 기교를 충분히 발휘하는 화려한 솔로곡이고, 블랜딩 커피는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가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드는 합창곡인 셈이다.

블랜딩 커피는 원두의 산지와 로스팅 정도, 원두 혼합 비율 등에 따라 새로운 맛과 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로스터나 블랜더(Blender)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최초의 블랜딩 커피는 ‘모카 자바(Mocha-Java)’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인도네시아 자바 커피와 예맨, 에티오피아의 모카 커피가 배합됐기 때문이다.

블랜딩을 통해 나만의 하우스 블랜드(House Blend) 커피를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잘 하기 위해서는 원산지별 커피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만 하고, 고도의 기술과 숙련된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분명 보람은 있다. 보관 상태나 시간에 따라 향이 날아갔거나 스트레이트로 즐기기에 부족한 커피 맛을 적절히 블랜딩 해 결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시켜 새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인 커피숍이나 커피체인점에서도 특징적인 커피를 블랜딩 함으로써 그 매장 또는 브랜드만의 독자적인 맛을 형성하기도 한다.

블랜딩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커피별로 로스팅을 한 후에 비율에 맞게 블랜딩하는 BAR(Blending After Roasting) 방법과 반대로 생두를 먼저 블랜딩한 후 로스팅을 하는 BBR(Blending Before Roasting) 방법이다. BAR 방법은 장점은 커피가 가진 각각의 고유한 맛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고, BBR 방법은 생두 상태에서 먼저 혼합한 후 로스팅을 하기 때문에 색이 일정하고 원하는 양만큼만 볶을 수 있다. 이디야 커피를 비롯한 다수의 커피전문점에서는 브랜드별 특성에 맞춰 블랜딩 방법을 택하고 있다.

블랜딩을 할 때는 각각의 커피콩이 내는 맛의 특성을 파악해야 적당한 배합 비율을 찾을 수 있는데, 처음 커피를 배울 때는 기존의 커피 전문가와 애호가들이 찾아낸 비율대로 로스팅하면 수고를 훨씬 덜 수 있다.

일반적으로 깊고 진한 블랜딩 커피는 콜롬비아 30%·모카 20%·브라질 30%·만델링 20% 비율이며, 향기로우며 신맛을 내는 커피는 콜롬비아 40%·모카 20%·브라질 20%·멕시코 20%이다. 같은 성질의 커피콩을 베이스로 하고 다른 성질의 커피를 포인트로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맛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비율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반되는 성질의 커피를 사용해 조화로운 맛을 창조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가 마시는 블랜딩 커피는 수 많은 블랜더들이 수백 번의 블랜딩을 거쳐 창조한 것이다. 따라서 블랜딩은 세상의 없던 커피 맛을 ‘창조’하는 동시에 커피를 최상의 상태로 조합해내는 ‘예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소개: 최정화씨는 10년 넘게 커피 맛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이디야커피의 상품개발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