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리뷰] 액션을 빙자한 두 영화의 깊이 ‘전설의 주먹’ VS ‘오블리비언’

[쿠키 리뷰] 액션을 빙자한 두 영화의 깊이 ‘전설의 주먹’ VS ‘오블리비언’

기사승인 2013-04-15 11:27:01


[쿠키 영화] 톰 크루즈 주연의 ‘오블리비언’이 지난 12~14일 관객 53만 명의 선택 속에 주말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 ‘전설의 주먹’은 같은 기간 48만 명의 사랑 속에 2위를 차지했다.

두 영화는 제목이 5글자라는 것, 러닝타임이 2시간을 넘어선다는 공통점 외에도 겉모습은 액션이지만 내면의 주제의식은 사뭇 진지하다는 점에서 매우 닮았다.

지난 5일 서울 충무로 시네마서비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강우석 감독은 “액션을 빙자했지만 가족영화다”라고 밝혔다. “관객들의 눈이 충분히 즐거울 수 있게 액션 연출에도 힘을 기울였지만 진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버지들의 세상살이가 얼마나 고단한가, 그 험한 일들을 기쁘게 해 내는 이유가 무엇인가였다”면서 “남편과의 사이가 서먹해진 부부, 아버지의 사랑을 잘 느끼지 못하는 딸들이 이 영화를 봐 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실제로 ‘전설의 주먹’은 파이터들의 격투 동작뿐 아니라 감정마저 앵글 안에 담아내는 뜨거운 액션으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흥분시킨다. ‘그냥 격투기 액션’과 차별화된, 싸우는 이의 인생사가 녹아 있고 삶의 표정이 살아있는 감성액션만으로도 중견 감독의 관록이 빛나는데 그것이 다가 아니다.

1270만 명이 관람한 ‘7번방의 선물’처럼 직접적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얘기하지 않지만, 속에는 큰 사랑이 있어도 겉으로 뽐내지 않고 드러내 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자식 사랑처럼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묵직한 부정(父情)이 ‘전설의 주먹’의 기저를 흐른다. 단단한 주제의식의 반석 위에 세운 액션의 탑, 화면을 가르는 주먹질이 이유 있는 액션으로 보이는 이유다.

‘오블리비언’은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 SF액션이다. 언뜻 보면 미국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윌 스미스 자리에 톰 크루즈를 세운 듯, 멸망한 지구에 홀로 남은 한 사내의 외로운 분투를 그린다.

그렇게만 알고 즐겨도 손색없는 액션영화다. 톰 크루즈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고, 아니도 황량한 지구 위에 액션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더욱 극대화시켜 자신의 손동작 다리동작 하나하나에 관객의 눈을 집중시킨다.

그러나 영화에는 커다란 반전이 존재한다. 두 번의 반전을 통해 ‘오블리비언’은 인간과 클론의 경계가 어디냐고,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조건은 무엇이냐고 우리에게 묻는다. 어쩌면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만난 관객은 영화가 던지는 심상치 않은 철학적 질문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해답을 찾느라 머리가 복잡할 수도 있고, 애초에 질문을 자체 ‘킬(kill)’하고 액션만을 즐길 수도 있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 역시 관객의 이러한 부담감을 예상했는지, 심도 있는 주제의식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영화 후반부에 슬쩍 흘렸다.

‘전설의 주먹’처럼 전면에 드러냈든, ‘오블리비언’처럼 슬쩍 숨겼든 영화를 보고 나서 두고두고 마음에 남고 머리를 긴장시키는 것은 ‘겉으로 표출하지 못해 더 뜨거운 아버지의 사랑’과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식이다. 액션의 파워는 관객이 영화관 안에 있을 동안 눈앞을 활기차게 했던 것으로 그 수명을 다한다 해도 만족스럽다.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 보는 흥행의 문제. 근소한 차이기는 하지만, 누적관객에서는 ‘전설의 주먹’이 68만 대 62만 명으로 살짝 앞서고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쉽지 않은 영화 ‘오블리비언’의 인기가 낯설다. 친절한 톰 아저씨 톰 크루즈에 대한 우리나라 관객들의 호감도가 인기 비결일까,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난해한 주제의식쯤은 1130억 원을 투입한 액션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인가.

작품성이나 예술성을 토대로 영화제에서의 수상과 평단의 인정을 추구하기보다 ‘폼 나지 않더라도’ 관객의 곁에 서서 관객을 즐겁게 할 영화를 만드는 강우석 감독. 그의 진심이 ‘실미도’ 때처럼 관객에게 통했으면 하는 것은 점차 ‘감독이 누구인가’가 무의미해지고 배급사의 흥행 의지가 영화의 흥망성쇠를 판가름하는 현실이 결코 관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데 유리하지 않다는 우려 때문이다.

강우석 감독은 인터뷰에서, 다시 편집한다면 153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줄일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단 한 장면도 드러내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투자사건 제작사건 아무의 참견 없이 저 하고 싶은 대로 편집했다. 영화계 지인 그룹, 임의로 모신 남자관객 그룹과 여자 관객 그룹을 통해 3번의 모니터 시사를 했을 뿐이다. 요즘으로서는 정말 드문 케이스”라면서 “저는 저의 할 일을 다했고 이제는 관객 여러분의 심판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덤덤히 심판을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이제 관객의 평가만이 남았다. 박수 소리가 터 커질지 잦아들지는 당신의 손에 달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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