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리뷰] 뜨거운 父情…‘자식 바보’가 된 ‘전설의 주먹’과 ‘런닝맨’ 아버지

[쿠키 리뷰] 뜨거운 父情…‘자식 바보’가 된 ‘전설의 주먹’과 ‘런닝맨’ 아버지

기사승인 2013-04-17 10:46:01


[쿠키 영화] 어버이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1956년 ‘어머니날’로 시작되었다가 1973년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며 어버이날로 제정된 지도 40년, 하지만 아버지들의 어깨는 날로 움츠러들고 있다. ‘처월드’ ‘처가사회’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자녀의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이 처와 장모 위주로 이뤄지면서 아버지들이 설 자리는 좁아만 가는 게 현실이다.

아버지들의 가족을 위한 희생과 자녀에 대한 사랑은 점점 커지고 있다. 환경오염 탓에 남성호르몬이 감소한 영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힘을 얻을 정도로 목소리 크기는 작아지고 가정에 대한 기여도는 커진 남편과 아버지를 흔히 볼 수 있고, 조기 자녀유학 등의 영향으로 가족과 떨어져 ‘돈 버는 기계’를 자청한 기러기아빠의 수는 날로 늘어 2010년 통계에 드러난 것만 해도 115만 가구에 달한다. 한 마디로 자식 위해, 가족 위해 죽도록 일만 하면서도 제대로 존중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아버지들이 꽤나 많다는 얘기다.

고개 숙인 아버지들이 처한 현실, 그들이 얼마나 험난한 ‘밥벌이 전쟁’에 몰려 있는지, 또 그것을 기쁘게 감당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보여 주는 영화가 있다. 황정민 주연의 ‘전설의 주먹’과 신하균 주연의 ‘런닝맨’이다.

‘전설의 주먹’에는 주먹깨나 쓰고 살았던 과거를 반성하고 국수가게 하나 야무지게 꾸려 딸과 함께 착하게 살려는 아버지 임덕규(황정민)가 있다. 살 한번 부빌 수 없고 목소리 한번 실컷 들을 수 없는 딸을 위해 오늘도 치욕을 삼키며 고등학교 친구의 바짓가랑이 아래로 기꺼이 출근하는 기러기아빠 이상훈(유준상)이 있다. 그들은 학교 ‘왕따’인 딸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덮고만 싶고 지우고만 싶었던 전설의 주먹 시절을 오늘로 되살린다. 전설의 고교 ‘주먹짱’들을 링 위로 불러올린 격투기 프로그램 ‘전설의 주먹’에 출전을 결심한다.

‘런닝맨’에는 ‘아들 바보’ 아버지 차종우(신하균)가 있다. 남들 눈에는 전과 많은 잡범으로 보이지만, 반지하에 사는 아들을 햇볕 드는 지상에 살게 하고자 낮에는 카센터 직원으로, 밤에는 콜 전문기사로 밤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사는 사내다. 그의 ‘도주 전문’ 런닝맨 역사는 아들의 출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교 시절 ‘사고’ 쳐서 생긴 열여덟 살 차이의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도록 도망친 게 시작이다. 한방에 잘살아보겠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도둑질을 했고, 자신이 잡혀가면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절박감이 그를 경찰도 쉽사리 잡을 수 없는 ‘도발이’로 만들었다. 이제는 제 몸을 쓴 노동으로 둘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려 하지만, 엉뚱하게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주인공들이 격투기 프로그램에 출전하고,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두 영화는 ‘액션’으로 흐름을 바꾼다. ‘전설의 주먹’은 과격한 몸싸움과 화려한 격투기술에 인물들의 감정, 아버지들이 싸워야만 했던 이유마저 더해내며 ‘강우석식’ 격투 액션을 보여주는데,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액션의 파워와 아버지들의 절규가 뜨겁다. 영화 ‘중천’이 안긴 실망감을 싹 지울 만큼 탄력 있는 연출력을 과시한 조동오 감독의 ‘런닝맨’ 역시 요리조리 잘도 달리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달리는 신하균이라는 배우의 유연성 있는 연기력에 힘입어 속도의 쾌감을 맛보게 한다.

격투 액션, 추격 액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볼거리를 선사하는 ‘전설의 주먹’과 ‘런닝맨’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그들이 싸우고 달리는 이유, 아버지의 사랑 ‘부정(父情)’ 위에 펼쳐진 액션이기 때문이다. 강우석 감독과 조동오 감독은 사내들의 액션을 통해 아버지의 자식 사랑을 보여주고, 나아가 학교폭력과 빈부의 격차, 조기유학으로 인한 가정 파탄과 결손가정 문제 등 한국사회의 아픈 현실에 카메라를 들인다.

한글프로그램에서 ‘모정(母情)’은 단어로 등록돼 한 번에 한자로 변환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父情)’은 각기 따로 입력해 합해야 한다. 다가오는 어버이날에 앞서, 그동안 아버지의 세상살이와 자식사랑을 마음 깊이 새기지 않은 당신이었다면 ‘영화 데이트’를 청해 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이 세상 아버지들이 그 고생 뒤에 바라는 건, 가족들의 따뜻한 미소처럼 아주 소박한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인기 기사]

▶토니안 “‘짝’ 이후 최지연과 만난 적 없어” 양다리 해명

▶ "혜리, 토니안과의 열애설로 힘들어 하고 있어"

▶ 김정화 측 “봉사와 음악으로 사랑 키워”…결혼 공식 발표

▶김재중 “할머니 쓰러졌는데 사진만…” 사생팬에 일침

▶강호동, 살아났네…‘우리동네 예체능’ 정상 굳히기

한지윤 기자
dunastar@kmib.co.kr
한지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