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항소심 법정에서 차명계좌 얘기를 해 준 ‘유력인사’로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을 지목했다. 1심 때 “누구한테 들었는지 밝힐 수 없다”고 버티다 실형이 선고되자 항소심에서 발언 출처를 공개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임 전 이사장은 “엉터리같은 소리”라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전주혜) 심리로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31일 강연에서 말한 내용은 그로부터 불과 며칠 전 임 이사장으로부터 전해들은 그대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경찰청장 재직 당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서 임 이사장을 처음 만났고, 2010년 3월 한 호텔 일식집에서 둘이 만나 2시간 남짓 식사를 할 때 이 얘기(차명계좌 관련)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임 이사장은 전 법무부 장관, 전 검찰총장과도 가까운 사이고 나보다 경찰 내부 사정을 잘 꿰고 있어서 이 말을 굉장히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항소이유서에 밝힌 것처럼 너무나 정보력이 뛰어나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을 수차례 독대하고, 검찰 고위직과 친분이 있다는 유력인사가 임 이사장이란 말인가”라고 묻자 조 전 청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앞서 “문제의 강연 전에 그 말을 한 사람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피고인에게 있다”며 조 전 청장을 압박했다. 재판부는 임 전 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임 전 이사장은 1997년 대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 내 대공정보를 담당하는 102실 실장 출신으로 ‘북풍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8년부터 국정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을 지내다 지난달 퇴임했다. 임 전 이사장은 “우연히 아는 사람들하고 모여 밥한끼 하는 정도이지 개인적으로는 만난 적이 없다”며 “그런(차명계좌 관련)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알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조 전 청장은 또 “(강연 이후인) 2010년 8월 대검 중수부 최고 책임자와 통화에서 ‘이상한 돈의 흐름을 발견했었다’는 말을 들었고 그해 12월 경찰 정보관을 통해 대검 중수부 금융자금조사팀장의 비슷한 말도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중수부장이었던 이인규 변호사는 “조 전 청장과는 TV에서 본 것을 빼고는 알지도 못하고 얘기를 한 적도 없다”며 “황당하다. 저를 증인으로 신청해도 좋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31일 일선 기동대장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2월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8일 만에 풀려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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