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중견기업에 다니는 ‘58년 개띠’ 나고참(55·가명) 부장은 정년 60세 보장 의무화 소식에 눈이 번쩍 뜨였다. 나 부장은 58세인 정년이 눈앞에 다가오자 막막했다. 30대 중후반에 낳은 아이들이 대학을 마치려면 아직도 5∼6년은 학비를 대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퇴직한 친구들이 치킨집, 국수집 등 프랜차이즈 사업에 손을 댔지만 한결같이 고전해 선뜻 창업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주말마다 각종 창업설명회에 다녀봤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올해부터 국민연금을 받는 시점이 61세로 올라갔기 때문에 은퇴하면 2년 동안은 연금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한창 일할 나이지만 벌써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사회가 야속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업무시간에도 은퇴 이후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능률마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정년 연장 의무화 합의 소식이 전해진 23일 나 부장은 퇴근하자마자 새치로 희끗하던 머리를 새카맣게 염색했다. 그리고는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아파트 지하 헬스장에 나가 힘차게 역기를 들어올렸다. 그는 “아직은 쓸만하다는 걸 보여줘야죠”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정년 60세 보장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베이비부머의 상징인 1958년생. ‘아직 힘이 넘친다’는 이들이 다시 희망을 갖게 되면서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의 삶도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현재 기업들의 평균 정년은 58.4세다. 그러나 명예퇴직과 권고사직, 정리해고 등을 고려하면 실제 퇴직 연령은 53세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현행 고령자고용촉진법은 사업주가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정하도록 노력 의무만을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정된 법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시행되면 58년 개띠가 58세가 되는 2016년이면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부터 60세 정년이 의무화되고 2017년에는 전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나 부장은 법 개정에 따라 정년이 2년 늘어나는 효과를 보게 됐다.
현재 실제 퇴직 연령을 고려하면 64년 이후 출생자(중소기업 기준)부터는 사실상 정년이 7년 연장되는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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