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메시=Messi-Dependencia(메시 의존증). 바르셀로나가 메시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다고 해서 생긴 단어다. 뒤집어 말하면 메시가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하면 바르셀로나는 경기를 풀어 갈 방법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날 경기가 그랬다.
파리 생제르맹(PSG)과의 8강 1차전에서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을 다친 메시는 프리메라리가 2경기에서 휴식을 취하고 3주 만에 선발로 출장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메시는 더 이상 ‘축구의 신’이 아니었다. 뮌헨이 중앙에서 강하게 압박하자 메시는 측면으로 밀려났다. 메시는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볼을 잡아도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거나 날카로운 패스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메시는 공격 루트가 자꾸 막히자 2선으로 내려와 공격을 조율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먹히지 않았다.
메시는 이날 패배로 5회 연속 득점왕에 오르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8골을 기록 중인 메시는 11골로 1위를 달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에 3골 뒤져 있다. 바르셀로나가 4강 탈락이 유력한 상황이라 메시가 득점왕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세 오른 뮐러=메시가 부진하자 상대적으로 뮐러의 활약이 더 돋보였다. 뮐러는 사실상 뮌헨의 4골에 모두 기여했다. 전반 25분 뮐러는 코너킥 상황에서 단테가 머리로 살짝 떨어뜨려 준 공을 문전으로 쇄도하며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후반 4분에는 도움을 기록했다. 뮐러는 후반 28분 절묘한 스크린플레이로 아르옌 로벤의 세 번째 골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지친 뮐러는 교체 선수를 준비하던 후반 36분 기어이 쐐기골까지 터뜨리고 벤치로 물러났다.
이번 시즌 뮌헨의 트레블(정규리그·리그 컵·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달성을 이끌고 있는 뮐러는 정규리그에서보다 챔피언스리그(7골)에서 더 빛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뮐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득점왕(5골3도움)과 신인왕을 한꺼번에 차지하며 스타로 떠오른 선수다. 오른쪽 미드필더 또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는 뮐러는 위치 선정이 탁월하며 부지런히 공간을 찾아 움직인다. 또 공을 빼앗기면 마지막 순간까지 압박한다. ‘골도 잘 넣는 박지성’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현대축구가 원하는 선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