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생명보험사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이자율)이 처음으로 3%대로 떨어졌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사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은 5월 기준 0.1~0.2%포인트 하락해 대부분의 생보사가 3%후반대를 기록했다.
공시이율은 은행의 1년짜리 예금금리와 회사채, 약관대출금리를 반영해 보험사가 결정하는 것으로, 은행 예·적금처럼 이율이 높을수록 보험금은 많아진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보장성보험에 이어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도 4%대가 깨졌다. 5월 기준 연금저축 공시이율은 지난달 4.0%에서 3.9%로 0.1%p 하락했다. 한화생명도 연금보험의 경우 3.9%를 기록해 처음으로 4% 밑으로 내려갔으며, 교보생명 역시 연금보험이 지난달 4.01%에서 3.92%로 하락했다.
저축성보험은 은행의 예ㆍ적금 상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비과세 혜택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최선의 노후 대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계속되는 이율 하락으로 고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공시이율 하락세는 멈출 기세 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만해도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은 5%를 훌쩍 넘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해 결국 1년 만에 2%p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보험사 공시이율 상품의 마지노선처럼 여겨졌던 4%가 보장성보험 뿐만 아니라 저축성보험까지 깨지면서 추가 이율 하락은 당연시 되고 있는 분위기다.
고금리만 믿고 가입했던 고객 입장으로서는 자산관리 고충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고객들의 불만이 민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보험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의 민원감축 강경기조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은행 예·적금과 달리 저축성 보험의 공시이율은 시중금리를 반영한 변동금리임에도 불구하고 판매 창구에서는 현재의 공시이율을 기준 삼아 아직도 10년 후 수익률을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10년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설명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불완전판매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예를 들어 5월말 기준으로 저축성 보험과 은행 예·적금 상품의 10년 만기 수익률을 비교하면 저축성 보험이 2%p 정도 더 높다. 당연히 보험상품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처럼 공시이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저축성 보험의 10년 후 수익률이 은행 예·적금보다 높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 예금금리가 3%대로 떨어지자 시중 유동성은 보험사 저축성 보험으로 몰리게 됐다. 하지만 보험사의 대표적인 투자처인 국공채 금리가 2%대로 떨어지면서 역마진 위험에 직면해 계속해서 공시이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저축성보험을 단순히 수익률만으로 선택해서는 안된다”며 “저축성 보험은 가입 후 7년간은 납입금에서 매년 7~9%씩을 사업비로 빼고 남은 원금에 공시이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자신이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국 기자 jkkim@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