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이건 테니스 칠 때, 요건 러닝할 때, 저건 워킹할 때, 얘는 캐주얼한 차림에, 쟤는 정장을 입을 때, 저쪽 건 산에 갈 때나 야외 기분을 만끽하고 싶을 때…”
운동화를 100켤레쯤 갖고 있다는 오경빈(30·서울 청담동)씨. 지난 5일 자택에서 만난 그는 운동화에 둘러싸인 채 하나하나 용도를 설명했다. 대학생 때부터 운동화를 좋아했다는 그는 2년 전 자신이 좋아하는 스니커즈 브랜드 ‘컨버스’의 마케팅 담당으로 회사를 옮기기까지 했다. 운동화를 즐겨 신을 뿐만 아니라 직장까지 운동화 회사로 옮긴 그야말로 진정한 ‘운도녀(운동화를 신은 도시여자)’다.
오씨는 운동할 때 신는 운동화는 기능을, 평소 신는 운동화는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쓴다고 했다. 운동화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편안함이지만 간혹 불편한 신발이라도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구입해 쿠션이 있는 깔창을 깔아 신을 만큼 디자인을 중시한다고. 요즘은 ‘나 만의 운동화’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캔버스화를 즐겨 신는단다. 신발 앞코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넣기도 하고, 색색의 운동화끈을 몸체에 엮은 뒤 묶거나 단추를 달아 멋을 낸다. 또 징(스터드)을 박거나 와펜(옷에 다는 장식)을 달기도 한다. 특수 프린팅 기계로 멋진 그림이나 원하는 글귀를 박아 넣기도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오씨처럼 운동화를 꾸미기도 하고, 기능에 따라 골라 신느라 여러 켤레를 갖고 있게 마련이다. 알록달록 멋을 낸 운동화야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이니 그렇다 치고, 테니스를 칠 때나 축구를 할 때는 몰라도 달리기나 걷기 운동을 할 때도 각각 다른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 걸까? 운동화 한 켤레로 통학도 하고, 축구도 하고, 달리기도 하면서 떨어질 때까지 신었던 어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프로스펙스’ 선행기획팀 이정호 과장은 “운동화도 목적 장소 등에 따라 골라 신어야 한다”면서 걷기와 달리기 때도 제각각 알맞은 기능을 갖춘 운동화를 신어야 운동효과도 높이고 편안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그 이유로 “걸을 때와 달리기를 할 때는 지면으로부터 받는 충격, 지면과 발의 접촉시간, 발목 무릎 고관절의 각도는 물론 신체중심과 발바닥 압력 중심의 이동 경로 등이 달라 워킹화와 러닝화는 구조부터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닝화는 앞으로 잘 나가게 하기 위해 앞굽보다 뒷굽이 12㎜ 이상 높고, 앞코(토 스프링)도 들려 있다. 또 바닥은 발가락쪽이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 이에 비해 워킹화는 앞굽과 뒷굽의 차이가 8㎜ 이내이고, 앞코도 상대적으로 덜 들려 있어 안정적이다. 또 바닥도 일직선에 가깝다.
이 과장은 “워킹화는 걷는 속도나 거리, 러닝화는 발 모양이나 체중에 따라 각각 다른 기능을 선택해야 좀더 안락한 운동을 즐길 수 있다”고 알려 준다. 장거리를 걷는다면 무엇보다 가볍고 유연하며 통기성이 좋은 워킹화를 골라야 된다. 파워워킹을 한다면 인솔이 약간 두터워 착화감이 뛰어난 워킹화가 제격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워킹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가볍고 인솔이 두껍지 않은 것이 좋다. 러닝화는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요족(하이 아크)인 사람은 쿠션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을, 평발인 사람은 모션 컨트롤(motion control·동작 제어)과 안정성 기능이 강조된 것이 알맞다. 또 뛰는 지형에 따라서도 다른 종류의
러닝화를 준비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노스페이스 신발기획팀 반무영 상무는 “산악에서 달리기를 즐길 계획이라면 트레일 러닝화를 마련해야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일반 러닝화는 접지력이 떨어져 산악지형에서 달리기를 하면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것. 산악달리기와 함께 등산도 즐기는 사람이라면 모션 컨트롤이 도입돼 발 움직임에 따라 구부러질 만큼 유연한 등산화가 제격이다.
운동화를 구입할 때 기능성과 함께 주의해야 할 것이 발에 잘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다. 아무리 값비싼 운동화라도 크거나 작으면 제 구실을 해낼 수 없다.
이 과장은 “보통 240㎜ 운동화라고 해도
실측 길이, 신발 발등 폭, 높이 등이 브랜드와 디자인마다 조금씩 다르고, 구매 시간에 따라 발이 부어 있는 상태, 신고 있는 양말의 두께 등에 따라서 착화감도 다르다”며 양쪽 신발을 제대로 신고 최소 1분 정도 걸어본 다음 편안하게 느껴지는 사이즈를 구입하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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