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남양유업의 대리점 횡포 사태로 불거진 소위 ‘갑의 횡포’를 빗댄 연극이 화제를 낳고 있다. 이 연극은 남양유업 횡포 사태가 나기 전 무대에 올려진 것이어서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해 극단 측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화제의 연극 ‘만두와 깔창’은 재래시장 상인들의 애환을 다룬 정극으로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김명곤 연출이다.
무대는 30년지기 50대 신발장수 유깔창(유순웅 분)과 만두가게 주인 김만두(김헌근)를 주인공으로 한다. 만나면 티격태격 하는 사이지만 우정만은 각별한 두 사람은 어느날 전통시장 홍보 영상물 공모에 도전하게 된다. 순전히 막막한 가게 운영자금을 위해서다. 이미 재래시장은 기업형 마트 진입으로 문 닫기 직전인 가게가 많다.
극중 작은 우유대리점 주인 본사 횡포에 자살 시도
좌충우돌하며 홍보 영상 제작에 나선 두 사람. 그러나 유깔창은 아내가 병석에 있고, 딸 관순은 학자금 대출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 되기 직전이다. 취업도 물론 못했다. 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유대리점을 하는 여동생 상숙이 본사 횡포에 못 견뎌 대리점을 폐업하고 몸져누웠다. 상숙은 김만두의 첫사랑이기도 하다. 유깔창은 김만두에게 울며 신세 한탄을 한다.
“내 여동생이 우유대리점이 본사 ‘밀어내기’를 못 견뎌 쫄딱 망했어. 무조건 우유를 받으라고만 하니 어떻게 견디겠어. 버는 족족 본사에 다 토해 내야해. 작은 우유대리점이 어떻게 버티냐고. 게다가 본사에선 대형 마트에다가는 ‘끼워팔기’를 하네. ‘원플러스 원’하는…그러니 대리점 우유 사먹겠어? 남편 죽고 우유대리점이라도 해서 애들하고 아둥바둥 살아보려고 하는데 있는 놈들이 해도 너무해.”
한데 그 본사 횡포에 두 손을 든 상숙이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다. 위세척을 받아 간신히 생명을 건진 상숙이다. 유깔창은 서럽게 울며 분을 삼킨다.
“우유대리점 낼 때 신발가게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본사에 돈 바쳤어. 그 놈들 횡포로 동생이 대리점 그만 두면서 내 신발가게도 문을 닫았네. 대리점도, 신발가게도 차압딱지가 붙었어.”
수퍼 갑, 대기업 횡포에 무너지는 서민경제 잘 표현
‘수퍼 갑’의 횡포와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잘 표현한 이 작품은 지난달 26일 무대에 올려졌다. ‘염쟁이 유씨’로 모노드라마의 신화를 만들어낸 유순웅, 마당극에 1인극을 접목시킨 ‘호랑이 이야기’로 호평을 받았던 김헌근 두 사람에 의해 울고 웃는 풍자극이다. 동학혁명 무렵 장돌뱅이의 삶이 극 속에 액자소설처럼 녹아들어 두 편을 보는 듯하다.
극단 측은 “갑의 횡포에 늘 주눅 들어 사는 서민의 삶을 재래시장 상인들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며 “대기업 우유 회사도 작은 대리점을 착취하는 대표적 ‘갑의 횡포’에 포함돼 그렇게 그린 것인데 이번 사태와 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7월 21일까지. 평일 8시, 토 4시 7시, 공휴일 5시. 서울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02-515-0405).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