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보험을 판다고?”

“삼성전자에서 보험을 판다고?”

기사승인 2013-05-13 06:59:00
[쿠키 경제] “싼씽(삼성의 중국발음)에서 보험을 팔아요? 전자회사 아닌가요?” 중국에서 삼성생명·삼성화재를 접한 중국인이 하는 말이다. 국내 금융사가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글로벌 금융사 이미지 없이는 중국시장 성공이 힘들다는 얘기다.

삼성생명·삼성화재는 우리나라 생·손보업계 1위로 여전히 철옹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매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에 반해 후발 주자들은 보험사 인수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과 마케팅으로 점점 격차를 좁혀 오고 있다. 삼성 금융가 형제들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험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해 국내시장으로만 승부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것이 중국시장 진출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틈만 나면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중국 관련 사업을 모니터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2005년 7월 중국합작법인인 ‘중항삼성’을 출범시키면서 중국보험시장 공략의 첫 발을 내디뎠다. 자본금 5억 위안으로 중국항공사인 에어 차이나와 50대 50 비율로 지분을 나눠 설립했다. 이후 베이징(2005년 7월), 텐진(2009년 3월), 칭다오(2010년 7월) 분공사를 잇따라 설립하면서 중국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중국 서부대개발의 중심인 쓰촨성에 4번째 분공사를 설립했다.

삼성화재도 지난 7일 중국 자동차책임보험 시장에 진출하며 대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외국계손보사는 의무보험만 판매가 가능해 반쪽짜리 상품만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책임보험까지 포함된 통합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면서 그동안 답보상태였던 중국시장에서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만치 않은 해외 시장… 매년 손실액 증가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나라 보험사는 해외 사업 실적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2011년은 홍수, 대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와 최근 중국 생보산업 불경기로 인해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생보사의 2012년 상반기(1~6월) 해외점포 영업실적은 125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손실 규모만 670만 달러 증가했다.

삼성·현대·동부 등 6개 손보사 해외점포도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4724만 달러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7000만 달러 가까이 수익이 줄었다. 2010회계연도 2265만 달러의 당기순이익에서 무려 308%, 4배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특히 중국은 로컬보험사 점유율이 95% 이상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대규모 실적상승은 현재 불가능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손보업계 전체 시장의 98.9%가 중국인민재산보험(PICC)과 태평양보험, 핑안보험 등 중국계가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1.1%만이 미국, 일본 손보사가 점유하고 있다. 이미 확고한 시장 선점을 하고 있는 로컬 보험사와의 경쟁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해외시장 성공? 글로벌 금융사 이미지 구축이 관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입버릇처럼 말하는 게 있다. “왜 삼성전자는 글로벌사로 성장했는데 유독 금융사는 그러지 못하느냐”며 삼성 금융계열사들을 질책하곤 한다. ‘외국통’으로 알려진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글로벌 금융사로의 도약의 중요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리슈왕롱 중국 푸단대 교수는 “중국인들에게 삼성은 전자회사로만 인식돼 있다. 분명 삼성전자는 중국인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가 되고 있다. ‘전자회사에서 왠 보험?’이라는 반응이어서 오히려 전문성을 약화 시키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삼성이 글로벌 금융사 이미지를 쌓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AIA는 글로벌 금융사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외국계만의 전문성을 부각시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중국시장에서 외국사만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다면 향후 몇 년 후 시장 점유율 면에서도 상당히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쉬 중국 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중국인들은 새로운 서비스와 이미지에 대해 큰 탄력성을 보인다”며 “선진화된 보상서비스, 네트워크 등 외국사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다가간다면 중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에는 전자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보험사도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국 기자 jkkim@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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