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했던 이건희 삼성전자의 선물 보따리가 13일 모습을 드러냈다. 창조경제의 실현을 뒷받침할 재단 설립이 바로 그것이다.
삼성이 미래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올해부터 10년 동안 출연할 1조 5000억원 중 절반인 7500억원이 박근혜 정부 재임기간에 투자된다.
◇삼성, 창조경제에 화답=이번 재단설립 계획은 현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와 미래 신성장발굴에 주력해 온 삼성의 경영전략이 일치된 결과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재단 설립에 나섰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움직임이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될 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번 재단 설립으로 경제민주화를 둘러 싸고 보이지 않는 갈등을 보였던 정부와 재계가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있었던 박 대통령과의 가진 경제인 조찬회동에서 이건희 회장은 “창조경제는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이라며 “삼성은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발언 이후 삼성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가 재계 주변에서 파다했고 삼성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어떻게 운영되나=재단은 미래 노벨과학상 수상 육성을 위해 물리·화학·생명과학·수학 등 4개 기초과학 분야에서 참신하고 잠재력있는 신진·중견급 연구자와 노벨상 수상에 근접한 혁신적인 리더급 연구자를 응모·지정 방식으로 폭넓게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다.
또 소재기술 육성과 관련해 새로운 연구가 필요한 신물질이나 학계에 보고가 됐지만 과학적 규명이 부족해 상용화가 어려운 물질 등 국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독창적 소재 연구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교육·교통·에너지·환경 관련 혁신적인 연구, 모바일 헬스케어를 비롯한 라이프케어 연구 등 ICT 융합형 창의과제도 핵심 지원대상이다.
삼성은 연구개발 성과물을 개발자가 소유토록 해 공익적인 측면도 강화했다. 또 과제기간·예산·연구절차 등에 대해 연구자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ICT 융합형 창의 과제의 경우 동일 주제이거나 유사 아이디어일지라도 복수 과제를 지원함으로써 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제 동참 분위기, 재계로 확산되나=경기침체의 장기화 등을 이유로 투자에 신중했던 삼성이 1조 5000억원 출연 계획을 내놓자 재계는 놀라는 분위기다.
특히 박 대통령과의 워싱턴 간담회에서 재계 총수들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적극 돕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다른 대기업들도 이에 상응하는 투자 계획 등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현 정부 경제정책에 화답하기 위해 투자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이번 삼성의 재단 설립을 정부와 재계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삼성의 이번 재단 설립 계획이 오히려 다른 대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10년 동안의 장기 출연이라고 하더라도 1조 5000억원이면 너무 큰 액수”라“높아진 정부와 국민의 기대치를 감당할 수 없는 일부 대기업들은 추가 투자 계획을 접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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