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장면 1.
“발로텔리 아에이오우 우우우~.” 13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에서 열린 AS로마와 AC밀란의 세리에A 경기. AS로마 관중은 AC밀란의 흑인 선수인 마리오 발로텔리(23)에게 인종차별적인 야유를 보낸다. 발로텔리의 표정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장내 아나운서가 관중에게 자제를 요청한다. 그러나 관중의 야유는 계속된다. 급기야 심판은 97초 동안 경기를 중단시킨다. 이탈리아 프로축구에서 처음으로 인종차별 때문에 경기가 중단된 것이다. 이탈리아축구협회는 경기 다음날 AS로마 구단에 벌금 5만 유로(약 7200만원)를 부과했다
#장면 2.
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갈라타사라이와 페네르바체의 경기. 관중석에 바나나가 보인다. 먹으려고 가져온 게 아니다. 페네르바체 팬들은 바나나를 들고 갈라타사라이의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을 조롱한다. 갈라타사라이의 디디에 드로그바(35), 에마뉘엘 에부에(30)는 코트디부아르 출신, 피에르 웨보(31)는 카메룬 출신이다. 화가 난 드로그바는 이튿날 갈라타사라이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당신(페네르바체 팬들)은 날 원숭이라 불렀지만 내가 2008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페네르바체를 꺾었을 때 당신은 울었을 것이다”며 일침을 가했다.
박지성(32·퀸스파크레인저스)도 지난해 10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한 극성팬으로부터 “칭크(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속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런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축구장에서 인종차별이 난무한다면 결국 팬들은 축구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보다 못한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인종차별에 대한 더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고 나섰다. 블래터 회장은 15일 FIF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AC밀란과 AS로마의 경기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사건의 징계 수위가 너무 낮다”며 “이탈리아축구협회에 결정 재고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FIFA는 인종차별에 연루되면 승점 삭감, 강등, 리그 퇴출 등 구단 운영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중징계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보완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FIFA가 축구장에서 인종차별을 몰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니 환영할 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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