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노무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이한 23일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혐노 사이트와 포털에 노 전 대통령의 ‘가짜 유서’가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 누군가 고의로 노 전 대통령이 구차하게 국정에 대해 변명했다는 내용을 추가해 대자보로 찍은 사진(캡처 화면)도 떠돈다. 노무현재단은 “재단 홈페이지에 공개된 유서 이외에 마지막 글은 없다”면서 가짜 논란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포털에서 가짜 유서를 검색하면 유서 전문이 소개된 언론기사 이외에 블로그와 일베의 가짜 유서가 나온다. 가짜유서는 “사는 것이 힘들고 감옥같다. 나름대로 국정을 위해 열정을 다했는데, 국정이 잘못됐다고 비판받아 정말 괴로웠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또 “마치 나를 국정을 잘못 운영한 것처럼 비판하고”라든가 “가족, 동료, 지인들까지 감옥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게 하고 있어 외롭고 답답하다”라는 식으로 구구절절 심경을 표현했다.
이는 원본 유서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짧고 간결한 문장과 큰 차이가 난다. 또 부사와 형용사를 자제한 문체와도 결이 다르다. 목적어를 이중으로 나열한 조악한 문장도 보여 초보의 위작으로 추정된다. 노 전 대통령의 원본 유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로 시작해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중략)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로 끝난다.
가짜 유서와 같은 괴문서 유포는 범죄행위다. 또 언론이 고의로 조작된 앞부분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 일베엔 노 전 대통령의 유서 문체를 따라한 조악한 위작 버전도 등장했고, “(유서가) 한 장 더 있다”라거나 “국정 한탄하는 내용이라 노무현기념재단에서 가짜라고 우기는거 아닐까”라는 반응이 실린다.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의 관을 ‘택배 홍어’라고 망발한 그 일베다.
노무현재단 김경수 사무국장은 언론에 “누가 어떤 의도로 가짜 유서를 내놓았는지 모르겠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유서는 재단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것이 진짜”라고 거듭 말했다.
-이하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 전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우성규 기자, 전수민 수습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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