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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사람만 모아진다면 10월 재·보궐 선거 전 창당도 가능하다”는 신당 창당 시나리오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선이 확실한 선거구가 1곳이라도 있으면 모든 지역에서 후보를 낼 생각이다. 민주당과 맞붙어 첫 평가를 받겠다는 얘기다. 안 의원도 24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야권 단일화나 민주당과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 계속 나온다’고 하자 “지금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여론조사 흐름이 많이 달라졌다”며 독자세력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민주당과의 ‘전쟁’ 시작됐다=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10월 재보선 선거구가 2~3곳만 돼도 안 의원이 (무소속 신분으로) 직접 뛰겠지만 그보다 많아 쉽지 않다. 이에 그 전에 창당준비위를 꾸릴 수 있고 잘하면 창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호남이 선거구로 나올 경우’ 또는 ‘1명이라도 이길 후보가 있을 때’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현재 호남에서 재보선이 가능 지역은 전남 나주·화순, 전북 전주 완산을 정도가 있다.
이 셈법으로 보면 안 의원은 10월 재보선을 민주당과의 경쟁무대로 여기고 있음이 확실해 보인다. 한 인사는 “재보선이 예상되는 수도권과 영남, 충북은 민주당에 불리하다. 호남이 나오면 재밌는 판이 되겠지만 아니더라도 나머지 지역에서 누가 1등 혹은 2등을 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신인 안철수’에 대한 평가가 곧 선거 결과이기 때문에 신당의 성공 여부도 결국 민주당과의 승부에 달렸다는 판단이다. 안 의원은 신당 관련 질문에는 “제가 말이 앞서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은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연대나 단일화를 얘기하는 민주당을 향해서는 ”꼭 그렇게 편을 가르려고 계속 강요를 하는 게 양당제 폐해 중 하나”라고 공박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경쟁적 동지관계란 표현을 쓴 데 대해서도 “정치하는 여야 모두가 그렇다. 적이냐 동지냐 하다보니 (제가)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걸 못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정원 축소 입장에 변함없다”=안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주장한 정치개혁 방안이었던 국회의원 정수 축소 문제를 간담회에서 다시 꺼냈다. 그는 “기본적인 의도는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데에서 시작했다. 다만 100명을 감축하자는 건 아니었고 몇 명이라도 줄이는 게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란 입장이었다. 그 문제의식은 지금도 같다. 기득권 내려놓기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400페이지분량의 대선공약집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민주화 운동 경력이 없다는 비판에 “민주화에 헌신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직업을 하면서도 나를 위해서 살진 않았다”면서 “그 말이 자칫 ‘운동을 하지 않았으면 정치할 자격이 없다’로 비춰지면 (비판을 하는) 본인들에게도 좋은 건 아닌 것 같다”고 반박했다. 또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에는 “경기가 나쁘다고 개혁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 의원은 다음달 21일 창당 전초기지 역할을 할 연구소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첫 세미나를 갖고 7~8월 대구, 전북 전주 등 전국을 순회하며 본격적인 인재 물색에 나선다. 영입 1순위로 꼽히는 전직 국회의원 등도 계속 접촉할 방침이다. 안 의원은 지난해 새누리당 정태근, 민주당 김부겸·정장선 전 의원 등을 만났다고 소개한 뒤 “의원 출신 중에 (정당)제도에 가로막혀 뜻을 못 펴신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과 얘기를 나누면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