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최강희 “아이 낳듯 연기…촬영 땐 ‘껍데기’ 같다는 말 들어”

[쿠키人터뷰] 최강희 “아이 낳듯 연기…촬영 땐 ‘껍데기’ 같다는 말 들어”

기사승인 2013-05-27 16:16:01


[인터뷰] 개봉 11일을 넘어선 영화 ‘미나 문방구’의 누적 관객 수는 30여 만. 주간 박스오피스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출연배우들의 녹녹하지 않은 연기를 생각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특히 전도연의 계보를 잇는다 할 만큼, 여자배우들이 설 땅 없는 한국영화계에서 ‘원 톱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가는 최강희의 자연스럽고도 마음을 뺏을 줄 아는 연기를 생각하면 더욱 아쉽다.

지난 14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최강희의 ‘미나 문방구’ 관련 마지막 언론인터뷰 시간을 함께했다. 원 톱(One-Top)이라는 말에 “저는 그 생각 못하고 있었는데, 다함께 준비한 영화지 하고 있었는데 기자 분들이 그 얘기 많이 하시더라고요. 듣고 보니, 저 혼자 거인마냥 커다랗게 나와 있는 포스터가 그제야 눈에 확 들어왔네요”라며 생긋 웃는다. 현재 시점에서 전도연을 잇는 유일무이한 원 톱 아니냐는 말에는 “전도연 선배님이요? 영광이죠!” 하며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는다. 4년 전 영화 ‘애자’ 때도 그랬듯 내숭 없는 솔직함은 그의 최강 매력이다.

최강희에게 ‘반(反) 메소드 배우’, 안티 메소드(anti-method) 배우라는 개인적 평가를 전하자 “와아, 반 메소드, 신선하네요”라고 반기며 “그런데 메소드라는 게 정확히 뭐죠?” 되묻는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당당히 밝히고,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생각보다 큰 용기와 솔직함이 필요하다.

메소드 배우가 본연의 캐릭터를 지우고 극중 인물의 캐릭터에 자신의 내면을 일치시켜 연기하는 배우라면, 안티 메소드 배우는 어느 캐릭터를 맞든 자신의 개인적 캐릭터를 묻혀 내는 배우라는 뜻으로 사용했다고 답했다. 잘만 한다면 메소드 배우는 작품마다 무섭게 변신하신 ‘최고의 배우’라는 찬사를 받을 수 있지만, 안티 메소드는 배우는 ①배우 자신에게 매력이 없거나 ②있다 해도 그 매력이 대중에게 호감을 얻지 못하거나 ③연기를 매우 잘하지 않으면 ‘저 배우는 왜 만날 똑같아?’라는 악평을 듣기 십상이라고 부연도 했다.

최강희라는 배우에게는 털털하면서도 귀엽고, 건방진 듯하면서도 선해 보이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개인적 매력을 극중 캐릭터에 자연스레 묻혀 내기에 충분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고, 대중은 최강희의 개성(personality)과 극중 캐릭터가 만나 새롭게 빚어진 ‘작품 속 인물’을 좋아해 왔다. ‘달콤 살벌한 연인’이었던 미나로부터 ‘미나 문방구’ 주인인 미나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기자님만 그렇게 보시는 것 같은데요?” 퉁명스러운 말이 튀어나온다. “왜 만날 똑같이 연기하느냐고, 비슷한 역할만 맡느냐고 물어 보시는 분도 많아요. 정말 그렇게 똑같나요?”

정말이지 모르겠다. 똑같았나? 맡은 캐릭터가 매번 다른데, 최강희에 더해진 캐릭터가 늘 달랐는데 그 합이 같을 수 있을까. 안티 메소드 배우, 자신만의 개성으로 극중 캐릭터를 ‘자기화’ 해 내는 배우다 보니 늘 ‘최강희스러운’ 면모가 부각됐겠지만 똑같아 보일 만큼 최강희만 남고 캐릭터는 증발하는 연기를 해 왔던 것인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다르게 봐 주시는 분도 계시니, 기분 좋은데요”라고 말하며 눈을 반짝인다. 이어, 할까 말까 망설이던 그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입을 연다.

“결과는 부족했는지 모르지만, 저 역시 많은 배우 분들이 그러하듯 애를 하나 낳는 심정과 고통 속에서 인물을 만들고 그 사람이 되어 연기하는 거거든요. 정말 작품을 하나 할 때마다 아기를 만들고 키워서 출산하는 기분이에요. 제 안에서 태어난 인물이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거고요.”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이걸 들으시면 제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좀 전달이 되려나. 제가 촬영 때는 누구를 잘 만나지도 않고 시간이 없기도 한데, 친구가 만나자고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미안한데 촬영장에 와서 보고 갈래 하거나 우리 집으로 올래 하거든요. 그렇게 저희 집으로 찾아와 수다 떨다가 자고 간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너는 촬영 중에 만나면 껍데기 같다고, 껍데기랑 있다 가는 것 같다고요. 제 안에 있던 그 인물이 빠져나간 저 최강희의 몸뚱이는 그냥 껍데기일 수밖에 없는데, 친구라고 그걸 느꼈더라고요. 진짜 저도 애 낳듯이 연기하는 거라니까요.”

출산과도 같은 연기 작업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다시 인간 본연의 최강희로 돌아올까 궁금해졌다.

“많이 경험하고 싶은데 은근 또 소심해요. 그래서 간접 경험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책을 읽어요. 책 속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보고 느끼면서 저를 채우는 거죠. 라디오 DJ를 했던 것도, 그 일을 좋아했던 것도 같은 이유예요. 제가 아무리 많이 여행하고 체험한다고 해서 많은 분들의 삶을 다 겪어 볼 순 없잖아요. 보내 주신 라디오 사연들을 읽으며 잠시나마 그 분들의 삶이 되어 보는 거죠. 그게 연기를 하지 않을 때의 저예요.”

최강희는 편안하게 답했지만, 적잖이 놀랐다. 어떤 휴식과 경험들로 인간 최강희를 충전하느냐는 질문이었는데 그는 작품이 끝나고도 자연스레 다음번 연기를 위한 준비, 어떤 모습일지 모르는 아기의 새로운 출산을 위해 여러 가지 가능성 속에서 배우로서 대비하고 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배우였다가 생활인이었다가, 교차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최강희는 작품 속에서도 생활 속에서도 항상 배우였다. 배우 최강희가 끝을 모르고 성장하는 이유가 아닐까. 더 큰 작품들에서 한껏 커진 나래를 활짝 펴는 그가 문득 보고 싶어졌다. 유명 감독, 거장들의 영화 속에서 다시 만나자고 끝인사를 건넸다.

“제가 안 한 게 아니라 들어오질 않았어요(웃음). 최근 몇 작품 기회가 있기는 했는데, 제작이 무산되기도 하고 이래저래 인연이 안 됐어요. 안 그래도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네요. 큰 감독님들의 지도도 받고 그 분들의 색깔이 덧입혀진 저를 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렇게 한 번 더 성장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볼 때 배우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나 주인공의 필모그래피를 이해하고 있는 건 커다란 재미 포인트가 된다.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최강희, 차기작의 맛있는 감상을 위해서라도 ‘미나 문방구’의 관람은 필요하다. 버거운 세상살이와 차가운 직장생활에 지친 당신이라면 필수다. 당신이 잊고 사는 따뜻한 동심과 순수한 용기를 불러내 힘겨운 오늘을 즐기게 해 줄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사진=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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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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