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KBS 1TV가 오는 8일 밤 8시 ‘다큐극장-우리를 바꾼 청년, 전태일’을 통해 노동운동가 전태일(1948~70)의 삶을 방영한다. KBS가 전태일의 삶을 정면으로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태일은 60년대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봉제공장 재단사로 일하면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투쟁했다. 당시 청계천 일대는 섬유 봉제 가발 산업 노동자들이 2만명 이상 근무했다. 대개 10대 저임금 소녀 노동자였다. 전태일은 종일 햇볕도 보지 못한 채 환기도 안되는 쪽방 정도의 공장에서 하루 18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근로기준법 준수를 관계 당국에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노동운동 탄압에 나섰고 전태일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 자살로 항거했다. 전태일 분신 이후인 71년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노동자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사회는 종교계 학계 언론계 등을 중심으로 근로기준법 엄수를 촉구하는 사회운동이 급격히 확산됐다.
이후 전태일은 민주화 과정에서 노동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됐으며 지금은 분신 장소에 동상이 서있다. 또 그의 희생적 삶은 평전 및 영화(‘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1995)로도 다뤄졌다.
이런 전태일의 삶을 KBS가 1시간짜리 다큐물로 만들어 내보내는 것. KBS는 이를 위해 전태일이 어린 소녀 노동자들과 근무했던 소위 ‘닭장 봉제공장’을 26㎡(8평) 세트로 재현(사진), 열악한 노동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트 체험을 한 한 제작진은 “쪽방 넓이의 공장 마저도 복층이어서 위아래층 노동자는 허리조차 펼수조차 없더라”며 “너무나 좁고, 불편하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 세트는 ‘전태일재단’에 기증된다.
제작진은 청계천 일대를 화면에 담고,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듣는다. 전태일의 대학생 친구 장기표 전태일재단 이사장, 이재오(새누리당) 심상정(진보정의당) 의원, 김문수 경기도 지사 등이 당시를 회고한다. 전태일 평전을 집필했던 고 조영래 변호사, 아들의 뜻을 받들어 사회운동가가 됐던 고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삶도 다뤘다.
또 영화 출연자였던 배우 홍경인, 소설 ‘파업’의 작가 안재성, 전태일 거리 조성에 힘쓰는 뮤직밴드 노브레인 등 문화인의 얘기도 담았다.
‘다큐극장’은 지난 4월 27일 첫방송을 시작해 ‘88 서울올림픽’ ‘글뤽아우프! 독일로 간 경제 역군들’ ‘포니, 신화를 쓰다’ ‘광주 33년, 5·18의 기억’ 등 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주로 방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