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최근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22기 의료정책최고위과정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서 한국의료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 회장은 우리나라는 의료비는 매우 적게 쓰는 것에 비해 의료 이용은 대단히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래진료율은 OECD 평균의 약 두 배를 기록한다. 입원기간도 OECD 평균인 7.2일에서 14.6일로 두 배 이상 길며, 각종 검사도 약 두 배 이상 많이 받는다.
노 회장은 “의료이용이 2배인데 인력이 3분의1에 불과하다. 이를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보건의료인들의 노동강도가 OECD평균의 6배라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는 이러한 실정에도 우리나라의 평균수명 등 건강지표가 매우 우수한 것은 보건의료인들의 희생이 뒤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사들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억울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노 회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의료비를 적게 지출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보건사회연구원의 통계자료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비 개인부담률은 지난 2009년 전 세계에서 5번째를 기록했다. 그나마 이전에는 칠레에 이어 2번째로 개인의료비 부담률이 높은 국가로 기록됐다가 사정이 나아진 것이다.
의료재난률도 OECD국가 중 단연 1위다. 가처분 소득에서 의료비로 40% 이상 지출한 것을 의료재정파탄이라고 하는데 전 국민의 3%가 의료비를 대느라 가정파탄에 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보험 미가입자가 5000만명이 넘는 미국조차 우리보다 의료재난률이 높지 않다.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으로 한정된 의료비에서 대형병원이 가져가는 파이도 만만치않다. 그는 동네의원은 진료비가 비교적 싸지만 중증질환으로 대형병원에 가면 국민들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본인부담으로 진료비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노환규 회장은 이를 두고 “공급자만 피해자가 아니라 국민도 피해자였다”고 정의내렸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정부가 의료비 부담을 매우 적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정부가 건강보험재정에 국고지원 해야 할 국고재원 미납금만 현재 6조 4천억이며 공무원의 건강보험료도 정부가 미납하고 있는 등 정부가 의료비에 적절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노환규 회장은 “초고령화 시대에 의료비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진정 국민의 행복을 위한다면 의료비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포뉴스 배준열 기자 jun@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