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위원장 한광옥·前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가 17일 민간위원 18명을 위촉했다. 소설가 김주영, 영화감독 배창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차동엽 신부 등 문화·종교·학계 인사가 눈에 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사회에 내재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공존과 상생의 문화를 정착시키며 새로운 대한민국 가치를 도출하기 위한 정책과 사업에 대해 대통령에게 조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가 위원 구성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이 지역 안배였다. ‘지역 안배’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바로 이 대목이 거슬린다. 안배라기보다 호남 편중이다.
한광옥 김준용(워킹푸어 국민연대위원장) 최회원(포럼 ‘동서남북’ 회장) 법등(조계종 중앙종회 회장) 변승일(장애인총연맹 상임대표)씨 등 5명은 전북, 임향순(호남향우회총연합회 중앙회 총재) 김현장(광주포럼 이사)씨는 전남 출신이다. 따라서 호남출신 7명, 서울 4명, 충남 2명, 부산·대구·경북 각 1명, 강원 1명, 함북 1명이다. 경기, 인천, 충북, 제주, 경남(울산)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위원 평균 연령은 63.3세로 50~70대 분포도를 보인다. 민간 위원의 연령대가 높은 것은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장관들과 격을 맞춘 것이라고 한다.
국민대통합위원회는 DJ 비서실장 출신 위원장 한광옥이 상징하는 것처럼 지역 갈등 해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데 한 위원장은 위원회 자체를 하나의 정부 기관으로 잘못 인식한 듯 하다. 측근 기용하듯 호남 중심의 인사를 대거 기용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위원회가 보수와 진보, 세대, 계층 등의 갈등을 치유 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가늠되지 않는다.
지난 대통령선거 투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지역적 쏠림은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만든다. 네티즌은 요즘도 영·호남 지역에서 범죄 등의 사건만 나면 댓글을 통해 ‘흉노족’ ‘홍어’ 등으로 특정 지역을 비하하며 갈등을 부추긴다.
사실 지역 갈등이 적절한 수준이면 ‘지역적 특색’이 되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 특정 지역의 독주를 견제해 균형 발전의 힘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 현대사는 박정희 정권 이후 균형을 잃었다.
우리 사회의 지역과 신분 차별의 뿌리는 조선 태조 이성계이다. 그는 서북 지방 사람을 등용하지 말라는 유훈을 남겼다. 그 바람에 평안도와 함경도에서는 300여년 동안 고위직이 나오지 않았다.
선조 때는 정여립의 역모인 기축옥사가 벌어지면서 전라도 차별이 생겼다. 영조 때는 이인좌 난에 의해 경상도 차별이 생겼다. 이 바람에 한양과 경기도, 충청도 사람에 의한 벼슬 독점이 생겼다. 제주는 섬놈이라 해서 과거 응시 기회도 없었다.
이러한 지역 차별 폐단 탓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서북지방에선 의병이 전무했다. 되레 선조가 의주로 피난가자 백성이 돌을 던지고, 왕자 둘을 잡아 일본에 넘기기도 했다. '홍경래 난'은 이러한 배경이 있다.
호남은 벼슬길이 막히니 예술에 몰입해 지금의 예향이 됐다. 이성계를 인정할 수 없었던 개성 사람은 상업에 몰두했다. 영남 사람은 한때 출세 길이 막히자 학문에 열중했다.
조선의 사례를 봐서도 알겠지만, 지역 인재의 합리적 등용이 얼마나 국가 운영에 필요한지 알 수 있다.
한데 그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임명된 사람이 위원 구성을 자신의 출신지이자 정치적 배경인 호남 중심으로 편중되게 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대구·경북 등 영남의 선비 기질을 갖춘 덕망 있는 인사를 더 영입했어야 했다.
이런 위원회 구성이라면 ‘한광옥 네트워크’의 정부 산하기관 국민대통합위원회에 지나지 않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