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코펠ㆍ테이블 등 ‘텐트털이범’ 기승

캠핑장, 코펠ㆍ테이블 등 ‘텐트털이범’ 기승

기사승인 2013-07-12 10: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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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생활] # 평소 캠핑을 즐기던 직장인 A씨는 가족들과 방문한 경기도의 한 캠핑장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캠핑을 시작한 다음 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텐트 밖에 놓았던 각종 캠핑장비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서둘러 캠핑장 내부를 돌아다녔지만 물건들을 찾을 수 없었고, 퇴실 시간에 이르러 자리를 비우라는 주인의 말에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캠핑장에 수백 명의 사람이 있는데 한 명 한 명 확인할 수도 없고 캠핑이 끝나면 뿔뿔이 흩어질 사람들이라 경찰을 불러도 범인을 찾을 수가 없다”며 “가족들과 즐기기 위해 캠핑장에 놀러왔는데 값비싼 장비들을 도둑 맞으니 캠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산한 캠핑인구가 약 2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캠핑이 국민적인 여가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캠핑장 내 값비싼 캠핑용품의 도난ㆍ절도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가평경찰서에서 집계한 휴가철 112신고접수는 총 2335건으로 전년 1902건보다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다른 범죄들은 이전과 비슷한 반면 절도는 89건으로 전년 26건과 대비해 242%나 급상승했다.

이러한 도난 사례는 주로 캠핑 성수기인 6~9월에 빈번하게 나타나며 장소와 가격대, 용품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캠핑장 방문객이 자리를 비운 사이 수저와 수건, 해먹 같이 비교적 저렴한 물품을 가져가는가 하면 코펠세트, 버너, 테이블 등을 비롯해 텐트를 통째로 훔쳐가는 대범한 ‘텐트털이범’도 있다.

캠핑장이 아닌 일반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캠핑용품 도난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6월 캠핑 관련 유명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앞 승합차 내부에 보관했던 캠핑용품들이 모조리 사라졌다는 글이 게시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조사 결과 2인 1조로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고 창문을 강제로 열어 훔쳐간 것으로 밝혀졌다.

절도범들이 노리는 용품들은 숨기거나 가져가기 쉬울 만큼 작은 것들로 주로 고가의 브랜드 상품들이다. 또한 비오는 날 같이 시야확보가 어려울 때 화물차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물건을 훔치고, 사람들이 잠든 시각에 물건을 가져가거나 칼로 텐트를 찢고 들어가 절도를 저지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캠핑장 내 범죄가 끊이지 않는 점에 대해 세간에서는 캠핑용품이 워낙 고가화(化)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캠핑용품 판매업체에서 판매하는 캠핑용품 중에는 10만 원을 호가하는 코펠세트가 있는가 하면 테이블의 가격이 30만~40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해외 브랜드 스노우피크의 고가 그릴ㆍ스토브 등은 70만 원 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이런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중고 장터로 몰리는 점도 절도의 원인 중 하나라는 평가다. 현재 캠핑용품 중고거래 카페 ‘초캠장터’의 회원 수는 30만 명을 넘어서는데, 이는 이 카페를 운영하는 커뮤니티의 회원 수 29만 9000 명보다도 많은 수다. 이 카페에서 하루 쏟아져 나오는 1000 여건의 중고 매물 중 ‘장물(臟物)’이 껴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초 한 캠핑장에서 텐트를 도난당했던 사람이 중고 매물로 자신의 텐트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판매를 유도해 직접 절도범을 잡았다는 일화도 있다.

하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기는 아직 어렵다. 단순히 도난이 일어나는 캠핑장 내에 CCTV를 설치하려고 해도 개인정보 침해 같은 법적인 문제에 저촉될뿐더러 캠핑장 방문객들도 이에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대부분의 캠핑장은 출입문과 주차장 등 외부에만 CCTV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도난을 당해도 캠핑장 내 텐트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퇴실시간에 맞춰 자리를 비워야 하기 때문에 범인을 끝까지 찾기에 쉽지 않다.

가평군청 생태레저사업소 관계자는 “올해 성수기에 접어들기 전 실제로 파악된 절도 건수는 5건 가량이지만 그 외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며 CCTV가 닿지 않는 캠핑장 내 구역은 캠핑장 인력과 경찰의 순찰을 강화해 앞으로 발생할 도난 사건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인턴기자 ronofsmw@kukimedia.co.kr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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