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명왕성’ 제작사 측이 한-미 대작의 스크린 독점에 대해 쓴소리를 남겼다.
‘명왕성’ 제작사 SH 필름은 “블록버스터 외화와 대작 한국 영화들 사이에 밀려 제대로 된 상영 기회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80여개의 스크린 배정을 받아도 새벽이나 오전 등 불리한 상영시간에 배치돼 관객과 만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SH 필름은 “‘명왕성’이 표현하고자 하는 가장 주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바로 ‘1:99의 싸움’이다. 영화 속 준은 명문사립고에 전학을 가서 그곳에서 입시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준이 살고 있는 세계는 오직 1등만을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그러나 이 상황은 비단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밖 현실에도 존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명왕성’은 제대로 된 상영회차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관객들을 만나보기도 전에 자동 폐기 처분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명왕성’은 이미 영등위로부터 ‘일부 장면에서 폭력장면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모방위험의 우려가 있는 장면 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후 사회 각계 각층의 항변과 제작사의 소명서를 통해 재분류로 15세 이상 관람가로 수정될 수 있었지만, 이미 영화 개봉을 준비하는 데 있어 큰 타격이었다”고 알렸다.
이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약 80여 개의 스크린을 통해 지난 11일 개봉했지만 이번에는 블록버스터 외화와 대작 한국영화에게만 좋은 상영시간을 몰아주는 극장들의 관행에 의해 관객들에게 제대로 선택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에든버러 국제영화제, 피렌체 한국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되어 인정받고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국내 관객은 제대로 된 극장에서 만나볼 수도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며 씁쓸해했다.
또 “아무리 80여개가 넘는 스크린 수를 확보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관람이 용이하지 않는 아침과 밤 시간대에 몰린 편성은 영화를 상영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2013년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명왕성’이 한국의 관객들에게는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한국 영화산업의 현주소에 말문이 막히며 ‘개천에서 용이 날수 없다’는 이야기가 교육만이 아닌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허탈함을 감출 수가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명왕성’은 천문학도를 꿈꾸며 살아온 준(이다윗)이 최고 명문사립학교에 편입 후, 모든 것이 완벽한 유진(성준)을 보고 열등감을 느끼며 상위 1% 비밀 스터디 그룹에 가입하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