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지난해 8월 KBS 1TV를 통해 방송된 다큐멘터리 ‘슈퍼피쉬’가 스크린에서 ‘슈퍼피쉬-끝없는 여정’(감독 송웅달)으로 재탄생했다. 방송 당시 최고 시청률 12%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중 영화화되는 작품은 방영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 다큐멘터리가 스크린에서도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을까?
지난 2008년 11월 EBS가 선보인 ‘한반도의 공룡’은 3년여의 영화화 작업을 거쳐 2012년 극장에서 개봉했다. ‘점박이:한반도의 공룡 3D’(감독 한상호)는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105만 852명의 관객을 모아 3D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100만 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장르가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셈이다. 또한 100% 국내 독자 기술로 제작돼 국산 3D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2010년 MBC 창사 48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은 ‘지구의 눈물 시리즈’ 2편으로 제작, 아마존 숲을 배경으로 한 생동감 넘치는 영상이 큰 화제를 낳았다. 텔레비전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영상을 담은 ‘아마존의 눈물’(감독 김진만·김현철) 극장판은 10만 4367명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텔레비전 시청률이 20% 내외를 기록한 것과는 달리 다소 부진한 흥행 성적이었다. 텔레비전 버전과 크게 차별화하지 못한 편집이 그 이유로 분석됐다.
2012년 ‘지구의 눈물 시리즈’ 4편으로 제작된 MBC ‘남극의 눈물’은 스크린에서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감독 김진만·김재영)로 다시 탄생했다.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도 끈끈한 사랑으로 고통을 견뎌내는 펭귄들의 스토리가 감동을 선사했다. 배우 송중기의 내레이션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스크린에서는 1만 1493명의 관객만이 극장을 찾았다. 방송 당시 MBC 파업문제로 흐름이 자주 끊겼고, 겨울이 배경인 작품이 여름에 상영되며 계절적으로 어긋난 점도 부진했던 흥행의 원인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개봉한 ‘슈퍼피쉬-끝없는 여정’은 사흘 만에 1163명의 관객을 모았다. 전국 15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것에 견주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가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단순한 짜깁기로만 재편집된다면 관객이 극장을 찾을 이유는 없다. 텔레비전에서 공짜로 봤던 작품을 8000원이나 쓰며 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지역이 많다. 현재 ‘슈퍼피쉬-끝없는 여정’은 서울 6개, 경기 2개, 부산 1개 , 광주 1개 등의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으며 전라도, 강원도, 제주도 등에서는 상영 스크린이 전무한 실정이다. 관객에게 선택권이 먼저 주어진 후에야 작품에 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대성 인턴기자 worldswith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