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흑인 소년을 쏘아 살해한 히스패닉계 지미 짐머만(30)에 대한 무죄 평결 후폭풍이 폭력 사태로 번지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열린 흑인들의 항의 시위가 16일(현지시간) 평화적으로 이뤄진 가운데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캘리포니아 지역 언론은 캘리포니아주 북부 오클랜드와 남부 로스앤젤레스에서 밤새 시위대 일부가 폭도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오클랜드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흑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이고 로스앤젤레스는 1965년 이른바 와츠 폭동과 1992년 로드니 킹 구타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폭동을 겪은 바 있다.
시위대 일부는 거리로 뛰쳐나와 가게 유리창을 부수고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를 공격하기도 했다. 오클랜드에서는 10대를 포함 적어도 9명이 경찰에 공격용 무기 소지와 공무 집행 방해, 재물 손괴 혐의로 체포됐고 로스앤젤레스에서는 6명의 청소년을 포함 14명이 철창 신세를 졌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에서는 150여명이 시내 중심가로 진출해 불을 지르고 창문을 깨는 난동을 부렸다.
일부 시위대는 한인 타운에서 머지않은 크렌쇼 대로의 월마트에 침입했다가 폭동 진압 장비를 갖추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하자 도주하기도 했다. 한 목격자는 폭도들이 가게 안에 들이닥쳐 상품을 마구 밖으로 내던졌고 일부는 보석 가게 진열장 유리를 깨려고 시도했다고 전했다.
찰리 벡 로스앤젤레스 시 경찰국장은 “경찰은 정당한 지시와 안내를 따른다면 시위를 허용하지만 어젯밤은 그렇지 않았다”며 "공격적으로 시위에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오클랜드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도심을 행진하다 한때 고속도로까지 진출하는가 하면 도로 시설물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낙서를 하고 차를 가로막으면서 미국 국기를 불태우는 과격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밤 11시가 되자 일부 시위대는 시내 빌딩 3곳을 습격해 창문을 깨기 시작했고 출동한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대응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