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아내살해 후 시신 방치 3개월 ˝반성했다” 징역 10년 판결

[전정희의 스몰토크] 아내살해 후 시신 방치 3개월 ˝반성했다” 징역 10년 판결

기사승인 2013-07-18 13:40:01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lite] 세종 8년, 여덟살 짜리 여아를 성폭행한 자를 사형시켰습니다. 세종 9년, 열 한살 여아를 성폭행자를 사형시켰습니다. 세종 14년, 열 살 여아를 성폭행자를 또 사형시켰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1년. 아내를 살해하고 3개월 간 집안에 방치한 40대 남자가 징역 10년에 처해졌습니다.

잘못을 뉘우친 점이 고려돼 10년 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잘못을 아는 사람이 시신을 3개월 간 방치해? 아무리 ‘사람은 미워해도 죄를 미워하지 말라’는 새기고 또 새겨도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검사도 법원의 판결을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어 항소했습니다. 그러나 기각 당했습니다. 바로 오늘(18일) 얘기입니다.

서울고법 춘천 제2형사부(오석준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44)씨가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자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낸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김씨가) 아내 살해 후 아내의 현금카드로 수백만원을 인출해 술을 먹거나 게임장에서 소비한 점, 시신을 집안에 방치한 점 등으로 볼 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진데다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형량은 적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김씨는 지난해 11월 9일 자택에서 실직 문제로 부부싸움을 벌이다 아내(53)를 목 졸라 숨지게 하고 시신을 3개월여간 집안에 방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소위 ‘야동’이 없는 세종 때에도 성폭행을 중범죄로 보고 사형을 시켰는데, 아내를 죽이고 그 시신을 3개월 간 집안에 방치했는데도 겨우 10년이라니요? 제가 멘탈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왜 법리 적용을 제대로(?) 했을 판사가 이해가 안되지요?

그 살인이 ‘우발’이어서 순간적 살인을 했다고 믿어주자고요. 신앙의 힘으로 믿어주자고요. 그런데 그 시신을 집 안에 3개월 간 방치했는데도 ‘우발’과 연결이 되는 건가요? 국민이 도저히 알 수 없는 사법시스템이 판결과정에서 적용됐다 하더라도 상식과 보편성에 의해서 납득할 수 없습니다.

살인과 시신 방치를 하고도 교도소에서 10년만 썩으면 된다…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가 조선독립군을 업무상 과실로 살해해도 이보단 더 ‘때릴’ 것 같습니다.

저만 이해 못하는 판결인지, 여러분도 이해 못하는 판결인지…판사님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살인 감옥 10년’ 때문에 내 안에 악마가 자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점심 잘 먹고 왔는데 냉정해 질 수 없는 뉴스를 접하고 손을 떨며 자판을 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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