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lite] 똥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방송에선 ‘덩’이라며 은유적으로 표현하더군요.
아이들에게 똥은 상상력을 키워주는 이야기입니다. ‘강아지똥’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똥은 참 대단해!’ ‘누구 똥이야’ ‘황금똥을 눌테야!’ ‘구리구리 똥은 염기성이야?’ 등 관련 책들이 유아부문 베스트셀러입니다. 한 소아정신과 의사에 따르면 똥은 아이들이 만든 최초의 물건이기 때문에 그러하다네요.
어른에게 똥은 그야말로 피하고 싶은 1순위입니다. 그러나 피하고 싶어도 배설 안하곤 살 수 없지요. 반드시 깔끔하게 치워야 하고요. 도시에서는 모두 정화조를 설치해 1년에 한 번씩 치우도록 의무화 되어 있습니다. 각 구청 청소행정 관련 업무 부처는 용역을 주어 정화조처리를 하게 합니다. 1년에 한 번 청소하지 않으면 독촉장을 내보내고 과태료가 부과되지요. 지방자치단체마다 조례로 정해 놓았습니다.
분료처리 업자, 정화조 청소했다며 속이고 돈 만 받아가
며칠 전 부모님 집 정화조 청소를 했습니다. 나이 드신 부모님이 사십니다. 저도 같은 동네 살고요. 속된 말로 ‘덩 차’가 온거지요. 정화조 청소하는 분들께 ‘덩 차’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아무튼 구청 청소행정과 대행 모 업체 분들이 정화조를 열고 청소 튜브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채 2~3분도 안돼 청소 다했다며 돈을 요구합니다.
“엥? 벌써?”
당연히 청소 깨끗이 했으려니 믿고 해당 금액을 드렸지요. 그런데 어머니가 동네 외출했다가 돌아오셔서 정화조 뚜껑을 열어본 모양입니다.
“헉”
정화조는 전혀 청소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분뇨가 그대로 차 있는거죠. 어머니도 정화조를 매년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설마 똥 치우는 거 가지고 속이겠냐 싶겠고 더러우므로 열어보기 싫으시기도 하겠죠. 정화조에 따라 뚜껑이 무거워 열어보기도 힘들고요. 냄새난다며 밀봉하기 때문이죠.
주민들, “똥차 조심하라”
한데 이날은 동네 소문이 흉흉했기 때문입니다. 정화조청소 업자들이 나이 드신 분들이 사는 가정의 정화조 청소는 눈속임을 한다며 청소 후 반드시 뚜껑을 열어 확인해 보라는 정보를 어른들끼리 공유했기 때문이죠.
우리 어머니 그들의 처사에 좀 고민하셨습니다. 분뇨처리하시며 사시는 분들 고생하는 거 아시기 때문이죠. 그리고 해당 업체에 전화해 다시 처리하라고 했습니다. 다시 온 작업반은 정말 열심히 청소를 해줬고요. 제대로 청소한 걸 보니 정화조에 물 부어 세수해도 되겠더군요. 어머닌 그분들에게 커피 대접도 했습니다. 그분들 쩔쩔 매더군요.
그렇다고 헤프닝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뭔가 제도적 허점이 있는 거죠. 정화조에서 수거한 분뇨는 중간 집하장을 거쳐 처리하겠지요. 각 분뇨수거차마다 게이지가 있어 제대로 수거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요.
한데 누가 일일이 그 게이지 확인합니까? 그리고 정화조 청소하는 분들이 정화조 뚜껑 닫아 버리면 했는지 안했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어요.
자, 차는 호스만 담궜다가 뺀 후 돈을 챙깁니다. 당연히 수거차는 비었으니 집하장에 버릴 필요도 없지요. 대형 아파트 단지면 그 규모나 액수가 엄청나리라 봅니다. 관리소 측과 담합이 있을 수 있지요.
노인 가구 등 확인 소홀한 주택엔 확인할 수 없는 시스템
정화조 청소를 그렇게 눈속임으로 하면 그 분뇨는 어디로 가지요? 서울 기준으로 한강으로 가겠지요. 그냥 오염원이 되는 겁니다. 시민이 게이지 확인나 뚜껑 열어 확인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분뇨가 넘쳐 나는 셈이지요.
정화조 청소를 비롯한 구청 대행업체들은 몇몇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구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업체를 유지해 갑니다. 감시할 방법이 없어요. 이 사례가 단지 한 사례가 아니라 전국에 적용되고 있는 사안이라고 봅니다.
더구나 분뇨처리 같이 혐오 물질에 대해서는 감시의 눈초리가 그만큼 없으니 더하죠.
눈속임 정화조 청소 식수원 오염원…감시 체계 없어
우리가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관대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투명해 지고 있으니 ‘사회적 약자 지원 시스템’ 속에 비리를 저지르며 사시는 분들에 대한 징벌이 한 번쯤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