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시인 백이무의 ‘꽃제비의 소원’ (1)] 탈북 시인 백이무는 꽃제비 생활을 한 탈북 여성시인이다. 최근 국제PEN클럽 망명북한PEN센터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백이무의 정식 회원 가입을 승인했다.
그는 북한 인민학교와 중학교 시절 ‘전국학생소년글짓기대회’에서 6차례나 1등으로 뽑혀 ‘문학신동’으로 불렸다. 이후 부모가 아사하자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 꽃제비가 됐다. 지금은 30대로, 제3국에서 시작(詩作)으로 살아가며 북한의 친동생 등을 돕고 있다.
이런 그녀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꽃제비 시인의 펜 폭탄’이라는 내용으로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도서출판 글마당이 시집 ‘꽃제비의 소원’ ‘이 나라에도 이제 봄이 오려는가’를 펴냈다. 그가 한국에 소개된 것은 탈북자 출신 강철환 전 조선일보 기자에게 자작 시를 이메일로 보내오면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북한의 실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백이무의 시와 시해설을 주 1~2회씩 연재한다. 그림은 안선숙 화백 작품.
<편집자 주>
위에서 내려온 표창장
전문 죄인 아닌 죄인들
죄인의 가족들만 모여 사는
함북 종성 13호 관리소에는
죄인의 자녀들만 공부시키는
허름한 학교도 하나 있었다
성실하게 그 학교를 다니는
정치범 자녀인 곱게 생긴 두 여학생
하학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피에 주린 흉악한 세빠트 무리
미친 듯이 사납게 덮쳐들었다
삽시간 현장은 아수라장
애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개들은 좋아라고 고기를 씹는다
처참하게 먹히운 두 생사람…
이 일을 상급에 보고하자
경비대에 내려온 표창통지문
“개들을 사납게 참 잘 길렀다!
더 사납게 훈련을 더 잘 시키라…”
시해설 함경북도 종성 13호관리소 내에는 전문 죄인 가족의 자녀들만 공부시키는 허름한 학교 하나가 있었다. 어느 날 하학하고 돌아오던 두 녀학생이 길에서 경비대에서 키우면서 훈련시키는 세빠트무리를 만나게 되었는데, 흉악해 보이는 개들의 눈빛에 너무 놀라 돌아서서 들고 뛰자 세빠트무리들이 다짜고짜 쫓아와서 와락 덮쳐들어 물어뜯었다.
피냄새가 물씬 풍기자 자극 받은 세빠트들이 두 녀학생을 당장에서 잡아먹었는데 수습 당시 시체의 절반 이상을 뜯어먹어 그 현장이 너무 참담해 차마 볼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상급에 보고하자 며칠후 호된 질책이거나 비평 대신 오히려 “개를 참 잘 길렀다! 사납게 더 잘 훈련시키라!”라는 표창통지가 내려왔다.
이렇듯 수용소 내에서 정치범 가족이나 자녀들의 목숨은 전혀 대수롭지 않은 서푼 어치도 안되는 개먹이 목숨에 불과했다.
더욱이 직접 죄를 지은 당사자도 아닌 그 죄인의 가족의 어린 자녀들, 아직은 미성년인 그들이 구경 무슨 죄가 있으며 또 무얼 안다고 이토록 피지도 못하고 꽃망울채로 무참히 차마 눈 뜨고 볼수 없는 너무도 억울하고 끔찍한 생죽음을 당해야 하는지 참으로 하늘을 우러러 땅을 치도록 통탄이 가지 않을수 없는 일이다. (백이무 시인 관련 문의 도서출판 글마당 02-451-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