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영훈국제중 인가 취소? 朴대통령이 '약방의 감초'인가

[친절한 쿡기자]영훈국제중 인가 취소? 朴대통령이 '약방의 감초'인가

기사승인 2013-07-23 15:59:00


[친절한 쿡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습니다. 그 시간대에 저희 신문사 편집국에서는 그날의 보도 방향과 배면의 대강을 정하기 위한 오전 편집회의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보통 청와대 출입기자로부터 스마트폰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전해듣습니다. 오늘도 회의 말미에 정치부장이 대통령 말씀을 간단히 브리핑했습니다. 골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2주전 국무회의에서 질타했던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격려했다는 것과 영훈국제중 입시부정 사건과 관련, "설립 목적에서 벗어난 국제중은 그 지위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뉴스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박 대통령, "나와 싸울 태세? 상의 벗고 팔 걷어부친 국무위원들에 조크>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제32회 국무회의는 연두색 재킷에 회색 바지 차림을 한 박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와 허태열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과 함께 입장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국민의례를 마친 박 대통령은 "상의를 벗고 팔을 걷어붙이면 싸우려고 그러는 것 아니에요?"라고 조크로 첫마디를 시작했습니다.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고 합니다. 그것도 세차례나 말입니다. 박 대통령은 입장하면서 한눈에 들어온 국무위원들이 한결같이 싸울 태세로 앉아있는 걸 보고 긴장한 국무위원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가 지적도 했지만 열심히 해왔다"…두 번 모양새 구긴 현 부총리>

오프닝 멘션을 유쾌하게 날린 박 대통령은 "지금부터 제32회 국무회의를 개최하겠다"며 의사봉을 땅!땅!땅! 두드린 뒤 27일 6.25 전쟁 정전 60주년 기념행사, 청년 일자리 시스템 구축, 고용률 70% 실현 대책 등에 대해 언급하고 경제부총리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어서
박 대통령은 "새정부 출범이 늦어지면서 경제부총리가 제대로 일할 시간이 4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열심해 해오셨다"고 격려했습니다. 그동안 경제의 컨트롤 타워로서 협업과 조율의 문제에 대해서 지적한 적이 있었지만 경제부총리가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정책들을 잘 조율해서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될 수가 있었다고 치하한 것입니다. 그 예로 무역투자진흥회의와 관광진흥확대회의 등을 들면서 하반기에는 국민들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더욱 열심히 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2주전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현오석 부총리를 질타하면서 새누리당과 재계 일각에서 경제팀 경질론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에 쐐기를 박고 힘을 실어준 것이어서 편집회의에 주요 의제가 된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대통령이 예시한 대로 현 부총리가 질책을 받은 이후 그 전보다는 훨씬 바쁜 행보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2주 만에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에게 지적을 받고나서야 여기 저기 언론에 노출되는 행보를 보이고 대통령의 힘을 빌어야 제 자리를 찾는 부총리는 더 딱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국제중 지위 배제' 맞는 말씀이지만…대통령을 약방의 감초로 앞세우는 장관들?>

박 대통령은 "한 국제중학교에서 신입생 선발 과정에 대규모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검찰 수사발표가 있었고 외국인 학교에도 무자격 내국인들이 부정 입학한 사실도 이미 알려져 있다"면서 "이런 일은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교육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제중학교는 철저히 그 설립목적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고, 좋은 상급학교에 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 운영되는 국제중학교는 언제든지 그 지위에서 배제시킬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외국인학교에 가기 위해 영주권을 구입하는 등의 편법과 부정을 저지르면서까지 이런 학교에 가려고 하는지 교육계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며 "교육 관련 부처는 단순히 감사나 검찰 수사결과에 따른 개선책을 내놓는데 그치지 말고 이런 부정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검토해서 근본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편집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은 "대통령이 장관급도 아니고 꼭 이런 일까지 언급해야 하나"라면서 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말하자면 대통령이 낄 때나 안 낄 때나 약방의 감초처럼 나서서 훈장 행세하는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직접 나섰겠느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교육부가 알아서 신속하게 나섰으면 될 일을 대통령이 나서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전날(22일)까지만 해도 이달 초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를 토대로 "국제중학교 지정기간 만료 5년 전이라도 교육감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의견을 서울시교육청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시 교육청은 교육감이 지정만료 시점인 2015년 6월까지는 지정 취소 권한이 없다(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76조5항)고 반박하면서 서로 엇박자 내는 모습만 보여줬습니다.

그러다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지 불과 몇시간만에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의 불과 입장과 상관없이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즉각 내놓았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취지를 살려 언제든지 국제중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루 만에 소극적인 자세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돌변한 것입니다.


영훈국제중 입시전형 의혹은 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으로 합격하면서 커지기 시작했고 3월6일 진보교육단체가 고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서울시교육청은 다음날(3월7일) 특정감사에 들어갔고 5월 20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검찰은 2개월 가량 수사 끝에 지난 16일 영훈학원 이사장을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 기소, 9명을 약식기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아들은 자퇴했고 영훈중 교감은 자살하는 사태에 이르기까지 했습니다.

이처럼 최소 4개월~최장 6개월 간 비판 여론이 비등한 사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 발언이 나온 뒤에야 법 개정이라도 해서 취소하겠다고 의지(?)를 보여준 것은 결코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행태를 염두에 둔 것일까요. 현오석 부총리를 격려하는 발언 말미에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경제부총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각 부처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자세와 사명의식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들이 과거의 타성에 젖어서 적극적으로 뛰지 않는다면 국민행복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쉽지 않습니다. 각 부처에서는 공무원들의 책임의식과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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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기자
j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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