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신임 안전행정국장의 ‘첫날에 쓰는 편지’, 공직사회에 신선한 반향으로…

전남도 신임 안전행정국장의 ‘첫날에 쓰는 편지’, 공직사회에 신선한 반향으로…

기사승인 2013-07-24 14:21:00
[쿠키 사회] “철저하게 ‘원가의식’으로 무장하십시오. 내가 받은 월급만큼 일하고 있는가를 매일매일 자문해야 합니다. 공직의 신분보장과 정년보장이 필요하기는 한데, 그 부작용으로 원가의식이 희박합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특히 월급날 근방에는 내가 이번 한 달에 받은 만큼 일했는가를 냉철하게 따져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받는 월급만큼, 더 나아가 월급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남도 신임 명창환(45) 안전행정국장이 부임 후 첫 출근을 앞둔 지난 21일 ‘첫날에 쓰는 편지’라는 A4 6장 분량의 글을 전남도청 공무원들의 내부통신망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지방고시 1기인 명 국장은 ‘안녕하십니까?’로 시작되는 장문의 글에서 전남도의 살림과 산하 공무원들의 인사행정을 책임지는 국 운영의 기본원칙·일하는 방식 등을 15개 단락으로 나눠 잔잔히 적어나갔다. 명 국장은 먼저 “열심히 일하고 보람을 느끼는 도청 만들기를 위해 매우 ‘쿨’하게 접근 하겠다”며 “대단히 치밀하게 치열하게 깊숙이 업무에 발을 담가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공감 받는 행정을 펼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중요하다”며 “사례와 성과, 통계에 집중해 달라”고 덧붙였다. 오전9시부터 오후 6까지 근무시간에 공적인 일을 모두 해결하고 야간근무와 주말근무를 하지 않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집중근무’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직사회에서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모난 돌이 정 맞고, 튀는 놈이 깨지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명 국장은 이어 “일이 터지고 나면 수습하기가 더 어렵다”고 전제한 뒤 “현장에서 보고받을 사람과 대화한다는 마음으로 신속한 초동보고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40대의 패기 넘치는 글 솜씨를 선보인 그는 이밖에도 모든 직원들이 입을 여는 ‘토론의 생활화’와 허례허식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성의 원칙’, ‘융·복합식 사고와 칸막이 의식 제거’ 등도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공무원의 본분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지적을 잊지 않았다.

“모든 공문서는 6하 원칙에 의해 65세 이상의 어르신들도 이해할 수 있는 표현과 논리로 알기 쉽게 써야 합니다. 금품과 향응 접대, 뇌물 등 잘못된 관행은 단호하게 조치될 것입니다. 돈 몇푼에 공무원의 양심과 자존심을 팔아서는 안됩니다. 연공서열보다는 성심을 다해 일하고 성과를 내는 직원을 우대하고 청탁인사는 우선 배제될 것입니다.”

명 국장은 마지막으로 “휴식을 위한 연가와 출장, 교육 등은 상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사용해 달라”며 “항상 ‘왜’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자기검열과 반성을 하는 직원은 성장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제가 제시한 원칙들이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며 “출력하지 마시고 저장해 두었다가 가끔씩 읽어 보시기를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명 국장의 글을 접한 공무원들은 “명 국장이 정말 ‘명 국장’이 될 것 같다”며 “전남도가 전국에서 가장 신바람 나는 직장이 되고 공직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안=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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