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이 고치기 쉬운 암? 소외되는 진행성 유방암 환자들”

“유방암이 고치기 쉬운 암? 소외되는 진행성 유방암 환자들”

기사승인 2013-07-27 09:20:01
[쿠키 건강] 50대 후반의 장인숙(가명)씨는 최근 진행성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8년 전 유방암이 재발했다는 것. 한 쪽 가슴 전체를 절제하고 항암치료까지 받아 건강해졌다고 생각했던 장씨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그런 장씨에게 작년 10월 유방암의 달은 오히려 괴로운 순간이 됐다.

완치의 꿈을 가진 많은 유방암 환자들이 마라톤에 도전하는 모습이 TV에 비춰졌다. 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접하면서, 본인만 소외됐다는 기분에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점차 병원 방문을 꺼리게 되었다. 게다가 힘겹게 견뎌온 항암치료를 또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결국 치료 의지를 잃게 됐다.

◇핑크리본의 그림자에 가려져 소외된 유방암 재발 환자들

‘핑크리본’이라는 성공적인 유방암 알리기 캠페인 덕에 세계 전체 여성 암의 23%를 차지하는 유방암에 대한 인지도는 매년 확산되고 있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유방암을 널리 알리고, 유방암의 예방과 치료의 메시지를 전파한 분명 의미 있는 활동이다.

하지만 캠페인에 참여하는 환자들과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의 대부분은 종양의 제거가 가능한 조기유방암인 경우가 많다. 모든 암이 그러하듯 유방암도 재발하거나 전이가 된 진행성 유방암의 경우에는 치료가 쉽지 않고,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성 유방암/재발성 유방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저조해 많은 환자들이 고통 속에 방치되고 있다. 말 그대로 ‘핑크리본’의 그림자 한켠에 소외된 환자들은 핑크빛 미래를 꿈꾸지 못한 채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보험사들이 4월부터 유방암을 일반암에서 소액암으로 분류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험사마다 적용범위는 다르지만, 대부분 유방암은 고액암이 아닌 일반암으로 분류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몇몇 보험사들은 내달부터 유방암을 소액암으로 분류해 진단자금을 축소키로 했다. 유방암은 의료 및 의학 기술의 발달로 치료가 쉽고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유방암 환자들의 또다른 위험, 진행성 유방암이란?

의료기술의 발달로 유방암 검진율과 치료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유방암도 전이되거나 재발될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진행성 유방암은 유방 내에서만 전이가 이뤄진 경우 평균 생존기간은 5년 이내, 다른 장기까지 전이된 경우에는 환자 기대 수명이 약 1년 반~3년으로 떨어진다.


진행성 유방암은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에스트로겐 또는 프로게스테론 등 호르몬 수용체가 있는(HR+) 진행성 유방암은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유형이다. 환자수만 전 세계적으로 22만명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진행성 유방암 환자 수는 약 7800여 명으로, 작년 국내 조기 유방암 진단 환자 수(약 1만6400여 명)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환자 수치다.

유방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추적검사를 받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유방암 치료는 대부분 1차적으로 가슴을 전체적, 혹은 부분적으로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한 뒤 재발을 막기 위한 보조요법으로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호르몬 치료를 함께 진행한다. 그러나 늦게 발견된 유방암이나 이미 수술한 이후 암이 재발한 경우에는 수술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 이미 괴로운 항암치료와 수술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암이 전이되거나 다시 진행되었을 때 환자의 상당수는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조기암과 달리 진행성 암은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치료는 만성질환과 비슷하게 통증을 완화시키거나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개인의 증상과 체질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국소 진행성 유방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5년 이내인 반면에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진단 후 기대 수명은 약 18~36개월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행성 유방암 치료의 새로운 희망

진행성 유방암 환자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권장되고 있는 치료법은 흔히 항암치료로 불리는 항암화학요법과 호르몬 치료를 들 수 있다. 호르몬 치료는 에스트로겐 또는 프로게스테론 등 호르몬 수용체(HR)가 있는 환자에게 시행되며, 폐경 진행 여부에 따라 치료제가 다르다. 반면 항암화학요법은 환자의 상태나 병기, 항암제의 종류에 따라 치료 간격이나 주기가 다르지만 약제에 따라 1~3주 간격으로 시행하게 된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강도 높은 치료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심적 고통과 더불어 구토, 오심, 시력저하 등 신체적 부작용이 심한 경우가 많아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주게 된다. 약의 강한 독성으로 인해 탈모까지 진행되는 경우에는 여성으로서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암이 재발한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거부하거나, 두려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다행히 최근 들어 생명연장과 더불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최신 치료제가 선보임에 따라 유방암 치료에도 많은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12월 국내 승인을 받은 노바티스의 아피니토(성분명 에베로리무스)는 기존 호르몬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한 폐경 후 진행성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HER2 음성인 환자들에게 사용이 가능한 새로운 기전의 표적치료제다. 대규모 임상결과,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함께 복용하면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2배 이상 유의하게 연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효능을 입증했다. 또한 환자들로 하여금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해 항암화학요법 치료의 시작을 늦출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신약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생각하면 보험적용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juny@kmib.co.kr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이영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