뎅기열 모기, 제주 서식 첫 확인…토착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뎅기열 모기, 제주 서식 첫 확인…토착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기사승인 2013-07-28 11:31:01
[쿠키 사회] 베트남에서 서식하는 뎅기열 매개 모기가 2010년부터 제주도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뎅기열의 토착화 가능성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뎅기열은 뎅기(Dengue) 바이러스 감염으로 나타난다. 높은 열을 동반하는 급성 질환으로, 주로 열대·아열대 지방에서 모기를 통해 전파된다.

이근화 제주의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기후변화·세계화가 모기 매개체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2010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제주도 7개 지역에서 감염병 매개 모기를 채집한 결과, 서귀포시 복목동에서 잡힌 흰줄숲모기(뎅기열 매개체)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베트남에 서식하는 것과 똑같았다고 28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뎅기열 창궐 지역인 베트남 흰줄숲모기의 제주도 서식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흰줄숲모기의 유전자 염기서열은 일본(나가사키)·미국·프랑스·싱가포르에서 채집됐거나 국내 남부지역에서 자생하는 흰줄숲모기와는 유전자 계통분류상 전혀 다른 것이었다. 연구팀은 베트남의 흰줄숲모기가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제주에 들어와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채집된 흰줄숲모기의 지역별 개체 수는 제주공항(800마리)과 제주항(166마리) 근처가 이외 5곳보다 월등히 많았다.

웨스트나일열을 옮기는 빨간집모기와 말라리아 매개체인 중국얼룩날개모기 역시 제주공항 등에 집중적으로 분포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감염병 매개 모기가 들어와도 기후가 맞지 않아 겨울을 나지 못하고 모두 죽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에서 외래 유입 모기가 상당 기간 생존, 뿌리를 내릴 가능성까지 확인됐다.

이근화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베트남 모기에서는 다행히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감염된 베트남 모기가 국내로 들어와 사람을 물면 한반도에서도 토착적으로 뎅기열이 발생하고 퍼질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런 변화는 ‘온난화’와 ‘세계화’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선 올해 들어 2만3000여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다. 필리핀과 태국에서도 올해 6~7월까지 각각 193명, 71명이 뎅기열로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뎅기열 유행 지역을 다녀오고 나서 발병하는 경우가 해마다 30여 명씩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 감염된 사례는 없다.

이 연구 논문은 지난 25일 미국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재우 기자 jwjeon@kmib.co.kr
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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