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려한 ‘합천’, 볼거리 즐길거리도 수려(秀麗)

水려한 ‘합천’, 볼거리 즐길거리도 수려(秀麗)

기사승인 2013-07-29 11:25:01

황매산-영상테마파크-호러마을-황강-해인사로 이어지는 절경에 감탄 ‘절로’

[쿠키 생활] 합천의 여름은 고즈넉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활력은 굉장하다. 조용하고 차분한 농촌 마을의 모습을 한꺼풀 벗겨내면 경남에 위치한 이 작은 농촌 도시의 젊고 역동적인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태고적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천혜의 풍경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과거와 근현대를 가로지르는 관광지까지. 올 여름 휴가는 가족ㆍ연인과 함께 합천을 방문해보자.

◇오를수록 기운이 차는 ‘황매산’ㆍ‘오토캠핑장’

합천의 남서쪽 끝자락 가회면과 대병면에 걸쳐있는 황매산은 태백산의 마지막 준봉으로 조선 건국의 중심인 무학대사가 수련한 곳으로 유명하다.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에는 산행서적이나 관광지도에서도 보기 힘들 만큼 세간에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현재는 ‘영남의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빼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황매산의 급하지 않은 산세를 따라 걷다보면 정상 부근에 이르러 황매평원에 다다른다. 이곳 능선의 완만한 곡선과 무릎 길이로 자란 수풀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른 아침 근처 합천호가 뿜어내는 물안개가 평원 너머로 겹겹이 늘어선 산들을 감싸안은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황매산의 아름다운 풍경은 드라마 ‘태왕사신기’, ‘주몽’, ‘선덕여왕’ 등 많은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평원의 옆으로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마지막 전투장면을 담은 촬영지와 함께 철쭉 군락지가 자리잡고 있다. 매년 5월이면 이곳 철쭉제를 보기 위해 전국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만큼 황매산의 철쭉은 마치 자줏빛 금침을 덮어놓은 듯 아름답다. 이와 동시에 여름의 녹음과 가을의 억새, 그리고 알프스를 연상케 하는 겨울의 눈 쌓인 모습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장관이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해발 850m에 위치한 황매산 오토캠핑장은 고지대에 조성된 캠핑장답게 탁 트인 전망과 시원한 바람으로 캠핑족들 사이에서는 이미 ‘별과 바람의 평원’이란 애칭이 붙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텐트와 카라반 내에서 내려다보는 산의 전경은 분명 흔하지 않은 풍경이다. 카라반 및 텐트 사이트를 비롯해 잔디블럭, 파쇄석, 데크 모두 깔끔하게 정비돼 있고 합천이 자랑하는 유명 관광지와도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서울의 옛 모습 볼 수 있는 ‘합천영상테마파크’ㆍ‘호러마을’

2004년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흥행에 성공하며 합천 촬영지가 인기를 끌자 본격적으로 조성된 장소인 합천테마파크는 합천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리는 명소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와 70~80년대의 서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곳은 입장하는 순간부터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들의 익숙한 건물들이 반긴다. 지난해 종영한 ‘각시탈’을 비롯해 ‘빛과 그림자’, ‘에덴의 동쪽’ 뿐만 아니라 영화 ‘고지전’, ‘써니’ 등 다양한 작품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제강점기 거리를 걷다보면 마치 당시로 시간 여행을 한 듯한 묘한 착각마저 들게 된다. 또한 서울의 음식골목인 피맛골부터 국도극장, 소공동 거리 등은 중년층의 향수를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테마파크 내에는 실제 일본인이 ‘사누키 우동’을 판매하고 있고 이승만 전 대통령이 묵었던 이화장은 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일제강점기의 전차와 마차도 직접 타볼 수 있다.

테마파크에 어둠이 깔리면 건물들 사이로 귀신들이 출몰한다. 다음 달 11일까지 합천군이 야심차게 준비한 ‘호러마을축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입구에서부터 들려오는 아기울음소리와 바람소리는 방문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경성과 과거 서울의 밤거리를 걷는 도중에 귀신들과 마주친다면 한 여름에도 등골이 오싹해질 수밖에 없다. 축제는 다양한 부대행사와 이벤트를 갖추고 있으며 월요일을 제외한 매주 저녁 7시부터 12시까지 운영된다.

◇아이들도 래프팅 쉽게 즐긴다 ‘황강’

래프팅은 내린천과 동강이 유명하다고 잘 알려져 있지만 황강 또한 래프팅을 즐기는 데 손색이 없다. 급류로 이뤄진 내린천과 동강과 달리 유속이 급하지 않아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황강 내부는 마치 원시자연을 보는 듯 하다. 다큐멘터리에나 나올 법한 정글 속 오지를 보는 것 같은 풍경은 단지 래프팅만으로 눈에 담기 아쉬울 정도. 강 위에 도도히 서서 자태를 뽐내는 백로는 이곳의 백미다.

◇1000년의 대장경 품은 ‘해인사’ㆍ‘소리길’

고려 말 제작된 세계기록문화재 팔만대장경은 1000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건재하다. 합천에 대장경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장경이 있는 곳이 합천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팔만대장경은 합천의 대체 불가한 상징이다. 한 바퀴를 돌면 반야심경 10권을 읽은 공덕을 쌓을 수 있다는 법계도나 시간이 되면 스님들이 두드리는 종소리와 북소리는 이를 체험하는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일직선으로 만들어진 해인사 끝에서 부처님을 봉안한 대웅전 뒤로 대장경을 간직한 채 사찰을 굽어보는 장경각의 시선은 사람을 절로 경건하게 만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장경각의 내부는 이제 공개되지 않지만 그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엄숙한 분위기는 대장경을 이곳으로 옮겨왔던 조선 초기 그대로다. 특히 일 년에 춘분과 추분 두 번에만 입구 처마에 비쳐 보인다는 연꽃무늬 그림자는 불교미의 극치다. 해인사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신부님이나 수녀님까지도 구별없이 포용한다.

해인사를 나서면 만날 수 있는 홍류동(紅流洞) 계곡은 가을이면 단풍에 비친 계곡물이 붉게 보인다해서 붙여진 아름다운 이름이다. 계곡 옆으로는 산 아래까지 걸어 내려갈 수 있는 소리길이 있다. 계곡물과 함께 불어오는 바람은 밤에 이르러 겉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시원하다. 삼라만상이 소통ㆍ교감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소리길은 그 이름답게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나무데크와 포장이 잘 갖춰져 있다. 가야산 19경(景) 중 16경이 소리길을 지나며 볼 수 있을만큼 소리길에는 수많은 기암괴석과 소나무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민우 인턴기자 ronofsmw@kukimedia.co.kr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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