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글리벡을 포함하는 선행 화학요법 치료 후, 내성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옵션이 없는 진행성 위장관기질종양(GIST, 이하 기스트) 환자들에게 글리벡을 재투약할 경우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고 유의한 생존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기스트는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한 위장관 암으로, 변형된 KIT 단백질 또는 PDGFA 단백질에 의해 세포가 통제불가능한 상태로 성장, 암세포로 변해 발병한다. 진행성 기스트는 수술적 절제만이 유일한 효과적 치료법이었지만 글리벡이 등장한 이후 환자들의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었고, 전이성 혹은 수술이 불가능한 기스트 환자나 기스트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글리벡이 주된 치료옵션이 됐다.
이번에 발표된 RIGHT Study(Rechallenge of Imatinib in GIST Having no effective Treatment)는 서울아산병원 강윤구 교수, 류민희 교수, 류백열 교수 등 국내의료진 주도로 진행된 3상 단일국가 임상시험이다. 1차 치료에서 글리벡이 효과를 나타냈지만, 내성으로 인해 2차 치료제로 전환한 이후 2?3차 이상의 약제에도 내성이 나타난 81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글리벡의 재투약 효과를 평가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글리벡을 재투약한 환자들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은 1.8개월로, 위약군 0.9개월에 비해 유의하게 연장됐다. 또한 12주 이상 질환안정기(duration of disease stabilization)가 지속된 환자의 비율도 글리벡은 31.7%였던 반면 위약군은 5%로, 글리벡 재투약의 유효성이 확인됐다.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는 지난 6월 개최된 제 48회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회의에서 단일국가 임상시험으로는 이례적으로 구연발표됐다.
RIGHT Study를 주도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강윤구 교수(사진)는 “항암제에 내성이 생겼다고 해서 그 치료제가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정 치료제에 반응하는 일부 암유전자가 잠복해있다가 다시 활동하기 때문에 선행치료에서 사용했던 약제를 재투약할 경우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3차 이상 치료제에도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치료대안이 없는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치료 가능성과 희망을 열어줄 수 있게 되었다”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글리벡은 국내에서 지난 2001년 전이성 혹은 수술이 불가능한 기스트 치료제로 최초 승인되어 효과적인 치료제로 사용돼왔으며, 2009년 기스트 종양제거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