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윤형] 116년 전통 동화약품의 허술한 관리…예고된 ‘락테올’ 사태

[기자의 눈/장윤형] 116년 전통 동화약품의 허술한 관리…예고된 ‘락테올’ 사태

기사승인 2013-08-09 11:46:06

[쿠키 건강] 프랑스에서 들여온 설사치료제 ‘락테올’ 속 유산균이 기존 성분 표시와는 다른 종으로 밝혀져 약을 복용한 환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 약에 사용된 성분이 허가 당시 등록한 성분과 달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엉뚱한 약을 복용하고 있었던 것에 다름없다.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등록 정보와 실제 성분이 다른 유산균 설사치료제 동화약품의 락테올과 그의 복제약 56품목을 잠정 판매 중지하고 재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급성설사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락테올에 사용된 유산균 성분이 허가 당시 등록한 성분과 다른 것으로 확인된데 따른 조치다.

최근 식약처의 재검토가 이뤄진 전말은 대략 이렇다. 프랑스에서 락테올 제품을 들여와 허가 신청을 받던 지난 1988년 정보에는 락토바실루스 아시도필루스가 사용된 것으로 돼 있었으나 실제로 제품에는 락토바실루스 중 다른 균 2종인 L.Fermentum 및 L.delbrueckii의 혼합물이 쓰이고 있었다. 이 성분의 개발사인 프랑스의 제품 개발업체는 2005년 허가 받은 정보와 실제 유산균의 균종이 다른 사실을 파악하고 자국 내 허가 정보를 변경한 후 국내 판권을 가진 동화약품에도 이런 사실을 통보했다.

문제는 수십 년간 입증이 되지 않은 이러한 약을 복용한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어떤 복제약은 1992년 이후 약 20년 동안 시판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복용 환자들은 “이제 정부에서 허가해 준 약 믿고 먹겠나 싶다”고 개탄했다. 또 다른 이들은 “의사가 처방해준 설사약에 엉뚱한 성분이 들어가 있다는 것도 황당한데다 그 약을 시판한 회사가 국내 주요 제약사라는 것도 충격”이라고 언급했다.


동화약품에 따르면 락테올(Lacteol)은 1978년 프랑스에서 처음 개발돼, 제품 허가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해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동일 제품명인 ‘락테올’ 및 동일 원료로 제조·판매되고 있는 의약품이다. 국내에는 지난 1988년 원개발사인 프랑스 APTALIS.S.A 사와 동화약품의 독점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현재까지 제조 판매되고 있다. 역사도 상당히 오래된 약이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사실은 동화약품이 이러한 성분 오류 사실을 인지하고도 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알고보니 원료 균 변경허가를 받지 않았던 이유가 담당자가 퇴직하면서 라는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복제약을 만든 다른 제약사들은 지난 1991년도부터 최근까지 수십년간 이 성분을 넣은 약을 환자들에게 공급해왔다.

이번 사태를 두고 동화약품이 내놓은 공식 입장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정작 이 약을 수년간 복용해온 환자들을 배려하기 보다는, 관계당국인 식약처를 의식한 해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동화약품은 해명자료를 통해 “제품의 유효성 및 기원균주의 동일성을 입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식약처의 조치에 감사드린다”며 “동화약품과 원개발사는 식약처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유산균 제제의 안전성 및 유효성이 제고되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주요 제약사라는 점에 있다. 동화약품은 1897년 국내 최초의 등록상품으로 첫선을 보인 ‘활명수’를 출시한 곳으로, 116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제약사다. 이러한 명성 있는 제약사가 담당자 퇴직으로 인해 변경 내용을 시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무책임한 변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화제약의 처사는 국내 상위 제약사로서의 체면을 구긴 일임에 다름없다”고 발언했다.


의약품은 환자들에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므로 상당히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 제약사의 실수로만 볼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16년 전통의 활명수 회사. 30년 이상 후퇴인가, 30년 이상 진보할 것인가. 이번 일에 대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평소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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