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8일 "민주당 대표인 저부터 민주주의 회복에 정치적 명운을 걸겠다"면서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하는 민주당의 대표는 존재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4주기 추모식에 부쳐'라는 글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립다. 민주주의가 그립다”며 작금의 상황을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규정하고 이 같은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옛 안기부를 국정원으로 개칭하고 정치적 중립화를 통해 탈법적·권위적인 면모를 일신해 강력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원훈까지 새로 만든 사실은 언급한 뒤 "(하지만) 10년 만에 다시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국민적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특히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은 국민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헌정질서에 대한 도발행위"라면서 "국정원과 경찰청 등 국가기관과 권력이 야합해 민주주의의 시계를 과거로 돌리려는 국기문란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해 국회와 서울광장을 오가며 원내외 병행투쟁을 하고 있다"면서 대여투쟁에 나선 이유에 대해 "민주주의 없는 대한민국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당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정치세력"이라면서 "민주당이 민주주의 회복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해진다"고 강조했다.
<[전문]김대중 전 대통령 4주기 추모식에 부쳐>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그립습니다. 민주주의가 그립습니다.
오늘은 김대중 전 대통령님께서 우리의 곁을 떠나신지 4주기를 맞이하는 날입니다.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 등 국가기관의 국기문란과 헌정질서 파괴 행위 때문에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때에, 이제는 하늘에서 우리들을 지켜보고 계실 김대중 전 대통령님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하루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을 생각하며 조용히 보내려고 합니다.
오늘은 누구를 탓하지도 않겠습니다. 오직 대통령님께서 평생 동안 정치적 신념으로 삼으셨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 그리고 서민과 중산층의 민생경제를 생각하며, 민주당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을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어서는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하던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화를 실행하셨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국가정보원도 새롭게 출범시켰습니다. 군사독재정권 이래 불법적으로 국내정치에 개입하고 인권을 유린함으로써 국민적 비판의 표적이 된 국가안전기획부를 국가정보원으로 개칭하고, 그간의 탈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면모를 일신하여 강력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원훈까지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국정원이 10년 만에 다시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국민적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국가안보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보력은 약화되고, 국내정치에 대한 입김은 날로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정원장이 대놓고 정치적인 발언을 일삼고, 비밀스럽게 국가정보를 수집해야 할 국정원의 정예 요원들은 인터넷에서 민심을 조작하는 댓글을 다는데 동원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서거하시기 전에 이런 한심한 사태를 미리 예견하시고,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기도 하셨습니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주의와 민생경제, 한반도 평화의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그 이명박정부 말기에 기어이 사건이 터지고야 만 것입니다.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은 우리 국민들이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헌정질서에 대한 도발행위입니다. 국정원과 경찰청 등 국가기관과 권력이 야합해 민주주의의 시계를 과거로 돌리려는 국기문란 범죄입니다.
지금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해 국회와 서울광장을 오가며 원내외 병행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없는 대한민국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10대 경제대국 운운하지만, 민주주의 없는 선진국은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당의 명운을 걸어야 합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자들의 정당입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정치세력입니다. 민주당이 민주주의 회복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해집니다.
민주당 대표인 저부터 민주주의 회복에 정치적 명운을 걸겠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하는 민주당의 대표는 존재의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민생도 무너집니다.
「민주주의는 사회적 강자와 부자들로부터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자들을 지키는 방패」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기 시작하니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서민과 중산층입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박근혜정부가 세제개편안이라는 것을 내놓으면서, 재벌과 슈퍼부자들의 비밀금고와 명품지갑은 놔둔 채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이 월급쟁이와 중산층의 유리지갑이었습니다. 새누리당 정권이 그 동안 4대강 사기극과 부자감세로 국고를 탕진해 놓고, 이제 와서 부족한 세금을 서민과 중산층에게서만 거두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복지재정 확보를 위해 세금이 필요하면 부자감세부터 철회하고,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는 슈퍼부자들의 세금을 더 걷고, 조세정의와 누진과세의 원칙에 따라 세입세출구조를 혁신한 다음에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적 동의를 얻어 세금을 더 내라고 해야 하는데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박근혜정부에 민주주의가 없으니, 국민적 동의도 필요 없고,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존중도 없는 것입니다. 결국은 민주주의 위기가 서민과 중산층의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회복되어야 민생도 살아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자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어떻게 하면 무너진 민주주의를 되살릴 것인가에 대해 해답을 찾겠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50여 년 전 어느 외신 기자가 한국에서 민주주의 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저주에 가까운 말을 하기도 했지만, 수십 년 동안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마침내 민주주의 꽃을 피운 위대한 국민들입니다.
저는 믿습니다.
우리의 위대한 국민들이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입니다.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국민의 함성이 민주주의를 살릴 것입니다. 매일 밤 진실의 촛불의 밝히는 성숙한 국민들이 국정원을 개혁하고야 말 것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서민과 중산층부터 겨냥한 박근혜정부의 세금도 막아낼 것입니다.
저는 다짐합니다.
다시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든든한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민생이 꽃 피는 그 날까지 두려움 없이 전진하는 민주당을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그리운 김대중 전 대통령님께도 약속합니다.
국민과 함께 반드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이뤄내겠습니다.
2013. 8. 18 민주당 당대표 김한길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