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기’ 속 허와 실, 100% 치사율 바이러스 있을까?

영화 ‘감기’ 속 허와 실, 100% 치사율 바이러스 있을까?

기사승인 2013-08-23 15:13:00

[쿠키 건강] 영화 ‘감기’는 흔히 독감이라고 부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통해 치명적인 질병이 될 수 있다는 설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걸릴 수 있는 질병인 감기가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 감기의 설정이 현실에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이에 영화 감기 속 바이러스에 대한 허와 실을 알아본다.

◇100% 치사율의 바이러스가 있다?= 영화 속 바이러스인 H5N1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사람간에는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류를 통해 사람이 감염돼 사망한 사례는 백여건 이상 보고된 바 있다. WHO에 따르면 2007년까지 60%에 이르는 사망률을 보이지만 WHO는 인플루엔자의 특성상 그냥 독감 증상을 앓고 지나간 환자가 많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실제 사망률은 6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람간에 감염되는 다른 계절 독감의 경우에는 이보다 현저히 낮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계절 인플루엔자의 경우 미국에서 장기간 치사율에 대한 통계를 가지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계절인플루엔자로 20여만명이 입원치료를 받으며 평균 36000여명이 인플루엔자와 관련폐렴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결국 사망률 100%에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는 현재까지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러나 변이를 거듭하며 독성이 강해지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일정 기간 동안 100% 사망률을 보이는 바이러스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며, 독감 즉 인플루엔자는 한번 유행을 하면 수만명이 감염되기 때문에 전 사회적인 의료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인플루엔자 백신을 만드는데 얼마나 걸리나?= 영화 속의 가정(감염 후 2~3일 내 사망)을 모두 받아들이면 분당인구 48만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은 5일 남짓에 불과하다. 실제 인플루엔자 백신을 만드는데는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신을 새로 만들어서 5일내에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달걀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증식 시킨 후 바이러스만을 정제해 포르말린을 가해 감염력을 없앤 것이다. 백신을 주사하면 인체의 면역반응에 의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자연 생성돼 인플루엔자에 면역력을 가지게 된다.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 과정은 통상 6개월가량 소요된다.

최근에는 동물세포에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생산법이 새롭게 고안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3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SK케미칼, 녹십자, 셀트리온 등이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신종인플루엔자는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6개월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국가적 차원에서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이에 많은 나라들이 판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백신개발을 지원하고 백신이 개발되기 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 등을 비축하고 있다.

◇대유행 독감 걸리면 2~3일만에 죽는다? ‘허구’= 영화 속에서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3일만에 죽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것은 인간이 바이러스 증식의 숙주가 되는 것이지 바이러스 자체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면역력 약화된 상태에서 폐렴과 같은 2차적인 병이 발생하여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체내에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퍼지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그리고 감염 당시 환자가 어떤 위생, 건강상태에 있는지에 따라 사망까지 이르는 시간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가장 많이 퍼지는데 일반적으로 7일 가량이 소요되므로 최소 7일은 지나야 환자가 사망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7일이 아니라 더 오래 생존할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한다. 현재까지 기록된 H5N1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경우에도 수주간 고열이 지속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망률이 약 60%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어 2~3일만에 모두 사망에 이른다는 설정은 영화적 허구다.

◇영화는 왜 H5N1을 선택했을까= 영화는 흑사병이 퍼진 유럽에서와 같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폐쇄를 결정한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100%가 2~3일내 사망하는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다른 영화도 다 비슷하지만 아직 알려 진 바가 별로 없는 바이러스 종을 소재로 삼고 있다.

영화 감기는 왜 새로운 바이러스가 아닌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H5N1을 바이러스의 설정했을까. 이는 H5N1이 인류에게 가장 독감의 공포를 강하게 심어 준 스페인 독감과 그 뿌리를 같이하고 최근 사람에게 감염이 일어나면서 공포감이 커지고 있는 조류독감의 일종이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 산하 연구팀은 1918년에 스페인독감으로 죽어 알래스카에 묻힌 한 사망자의 폐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채취해 재생시킨 결과, 스페인독감의 H1N1 바이러스는 인체에 치명적인 변종 아미노산들을 현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1과 공유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스페인독감은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8년에서 1919년 사이에 주로 참전 군인들에 의해 전염됐다. 스페인독감은 당시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다.

인류를 죽음의 공포로 내몰았던 스페인독감 바이러스가 결과적으로 조류독감의 일종이라는 사실은 또 다시 인류에게 대재앙의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다. 더욱이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직접 감염되지 않을 것이라는 그간의 정설을 깨고 1997년 사람이 조류로부터 직접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례가 발생했고 최근 H7N9에 이르기까지 그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도 H5N1의 대유행은 과학적으로도 공포를 불러내기 충분한 설정

이다.

◇바이러스 대재앙, 살처분 이외에 해결책은 없나= 영화 속에서는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감염된 사람의 살처분을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는 시도가 묘사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인간 살처분 장면을 꼽았다. 살처분을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

우선 살처분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 그러나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에서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다 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살처분이 현실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인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다양한 항바이러스 약제들이 개발되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효과적이다. 현재 사용 가능한 항바이러스제는 신종플루를 통해 유명세를 탄 타미플루를 포함하는 시알산분해효소 억제제, RNA 중합효소 차단제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약들은 감염된 뒤 48시간 내에 투여되어야 약효를 발휘하고 그 후에는 약을 복용해도 약효가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개발되는 것이 항체치료제다. 항체치료제들은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 중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부위에 붙어 바이러스를 무력화 시킨다. 많은 제약회사들은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도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는 크루셀, 테라클론, 펑셔널제네틱스 등이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개발중인 종합인플루엔자 항체치료제 CT-P27가 있다. 이는 바이러스의 표면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에 결합해 바이러스가 세포에 붙는 역할 및 세포로 침투하여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역할을 방지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