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쫄이 빠떼루가 살아 돌아왔다” 레슬링 반전 뒤집기

“쫄쫄이 빠떼루가 살아 돌아왔다” 레슬링 반전 뒤집기

기사승인 2013-09-09 17:23:00

[쿠키 스포츠] 레슬링이 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2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49표를 얻어 야구·소프트볼(24표), 스쿼시(22표)를 제치고 2020년 하계올림픽의 마지막 정식종목으로 선정됐다.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레슬링이 정식 종목 지위를 되찾은 데는 지난 7개월간 진행한 개혁의 결과다.


◇레슬링 살린 개혁=지난 2월 IOC 집행위원회에서 25개 올림픽 핵심종목에서 제외된 레슬링은 남은 한 자리의 정식종목에 들기 위해 일대개혁을 단행했다. 개혁의 첫 출발은 라파엘 마르티네티 회장을 쫓아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는 개혁을 요구하는 IOC의 목소리를 묵살해 온 장본인이었다. 샴푸공장 사장 출신인 네나드 라로비치 신임 회장에게 지휘봉을 맡긴 FILA는 3개월간의 논의 끝에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여성 부회장 자리를 신설해 여성을 배려했고, 심판위원회를 분리해 공정성 확보에도 힘을 기울였다. 경기방식에도 변화를 줘 팬들에게 다가갔다. 세트제로 진행되던 경기를 3분 2회전의 총점제로 바꿔 득점만 보고도 경기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패시브 규칙에도 변화를 줘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도록 유도했다.

이런 노력은 다른 종목들과의 경쟁에서 레슬링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올림픽 기간에 리그를 중단할 수 없다고 거듭 밝힘에 따라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야구·소프트볼을 제칠 수 있었다. 여론전에서도 FILA는 경쟁 종목에 앞섰다. 레슬링 퇴출 결정이 난 직후부터 “IOC가 상업성에 집착해 올림픽 상징성까지 포기하려 하고 있다”며 들끓은 여론을 잘 이용했다. 미국, 러시아, 일본 등 레슬링 강국들도 압박에 힘을 보탰다.

◇한국의 효자종목이 돌아왔다=레슬링이 올림픽 정식종목의 지위를 되찾으면서 한국 레슬링은 기대감에 차 있다. 레슬링은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 11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3개를 안긴 효자 종목이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주춤했지만 새로운 경기규칙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새 경기규칙에 따라 경기가 보다 공격적으로 바뀌고, 쉬는 시간이 줄어들어 선수의 체력에 따라 역전극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체력이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강인한 체력을 길러 온 한국 선수들이 강점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새 규칙이 적용돼 최근 치러진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예전보다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여자자유형 체급이 늘어날 예정이어서 여자레슬링 초보단계인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 30여년 동안 한국 레슬링을 전폭 후원했던 삼성이 지난해를 끝으로 지원을 중단한 것도 한국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서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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