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 기자의 질병과 백신] 5명 중 1명은 사지절단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김단비 기자의 질병과 백신] 5명 중 1명은 사지절단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기사승인 2013-09-11 15:14:00


[쿠키 건강] 한밤중에 갑작스런 고열로 급히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이동한(사진 왼쪽)군 이어 의사로부터 팔과 다리를 자르지 않은 목숨이 위험하다는 진단이 받았다. “뇌를 여는 수술도 아니고 사지를 자르는 수술이라니…” 이 군과 그의 가족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었다. 살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18시간 후 이 군은 손가락 끝과 두 다리가 없어진 모습으로 수술실을 나왔다.

소설 같은 이 이야기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의 이야기이다. 감염 후 48시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는 이 무서운 병은 뇌수막염의 일종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병하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감기증상을 보이며 일주일 후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수막구균’이라는 세균에 감염되어 발병하는 ‘세균성 뇌수막염’은 24~48이내에 사망할 수 있고 치료에 성공했다하더라도 사지절단, 청각소실, 뇌손상 등 중증 영구 장애를 입게 되는 치명적인 급성질환이다.



◇국민 10명 중 2명은 수막구균 보균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무증상 수막구균을 보균하고 있다. 수막구균은 주로 코와 목 뒤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보균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나오는 분비물을 통해 전파된다. 이 때문에 단체생활이 잦아지고 활동력이 왕성해지는 청소년기 학생들의 수막구균 보균율은 24%로 높아진다.

질병관리본부에 보고 되는 국내 수막구균 감염환자수는 매년 10명 정도다. 그러나 다른 해보다 발생이 급증했던 1988년과 2003년에는 각각 42명과 38명의 확진 환자가 보고 됐다. 지난 5월 수도권 지역에서 21세 여대생과 39세 직장인이 가벼운 감기증상을 보였으나 결국 사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항생제 투여해도 7명 중 1명은 사망… 백신 예방은 가장 좋은 방법

뇌수막균성 뇌수막염으로 진단되면 항생제 치료가 이뤄지지만 많게는 7명 중 1명이 사망한다. 지금으로써는 백신 접종을 통해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영유아기에 접종하는 뇌수막염 백신(Hib백신)과는 다른 수막구균 백신을 따로 접종해 주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수막구균 백신이 없었으나 지난 2012년 5월 수막구균 4가(A,C,W-135,Y) 단백접합백신인 한국노바티스 멘비오(Menveo)가 식약청의 승인을 받았고 10월부터 일반 병의원에서 접종이 가능해졌다.

외국의 경우 군뿐만 아니라 청소년, 대학생 집단에서의 감염예방을 위해 주(state)나 학교차원의 대비가 철저한 편이다. 미국은 34개 주가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막구균 질환에 대한 교육 및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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