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국회회담을 하루 앞둔 15일 '혼외아들' 의혹에 휩싸인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동이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지 사흘만에 첫 입장을 내놓으면서 검찰 독립성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채 총장의 전격 사퇴의 배후를 청와대로 지목한 가운데 오후에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공식 입장과 대응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16일 3자 국회회담 성사 여부마저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민주당 "물러날 사람은 황교안, 김기춘, 홍경식"…청와대가 각본과 주연, 황 법무가 조연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5일 오후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일선 검사들의 반발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및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간 3자 국회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내 강경파는 '혼외 아들' 논란에 휩싸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 전격 사퇴의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하면서 이 문제를 3자 회담 참석 여부와 연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화해 모색 정국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전날 ‘물러날 사람은 채동욱이 아니라 황교안, 김기춘, 홍경식이다’란 제목의 논평에서 “청와대가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이번 채동욱 총장 몰아내기는 신유신의 부활을 알리는 서곡이자, 검찰을 권력의 시녀도 만들려는 공작정치의 부활이다”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 내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누가 보더라도 청와대가 각본과 주연을 담당하고,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조연을 담당한 ‘국정원 사건 덮기와 무죄 만들기’ 프로젝트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는 분노가 들불처럼 타오르기 전에 국민들에게 이실직고 사죄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서 일단 회담장에 들어가 박 대통령에게 채 전 총장 사퇴의 책임을 묻고 관련자 경질을 요구하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현실론'이 아직은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3일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의 집단행동에 이어 14일 김윤상 대검찰청 감찰1과장이 사퇴하는 등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채 전 총장 사퇴가 국정원 개혁 요구를 희석하기 위한 여권의 '의도적 공작'이라고 보고 회담 자체를 거부한 채 강력한 대여(對與)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3자 회담 수용 입장을 번복해 불참키로 결정할 경우 3자 회담을 앞두고 화해의 훈풍이 부는 듯했던 정국은 다시 꽁꽁 얼어붙게 될 전망이다. 이 경우 민주당의 장외 투쟁이 계속되면서 정기국회 파행은 추석 연휴를 훌쩍 넘겨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3자 회담 참석과 결부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3자회담 참석을 거듭 촉구했다.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자제한 채 민주당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이정현 수석 “채동욱 사표수리 안했다…진상규명이 우선”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된 지 1주일만에 채 총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사표수리를 하지 않았다. 진실규명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박 대통령도 진실규명에 공감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채 총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 청와대 압박설이 나오고 검찰 독립성 논란이 제기되는데 대해 "이 문제는 공직자 윤리의 문제지 검찰의 독립성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검찰의 독립성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검찰의 신뢰와 명예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황교안 법무장관이 채 총장에 대해 감찰지시를 한 것에 대해서는 "감찰은 범죄사실이 있을 때 하는 것이고, 이번 건은 감찰관을 통해 진상 규명을 지시한 것"이라며 "채 총장은 진실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이번 사안을 의도적 프레임으로 몰아가서 청와대에 책임을 묻고 이런저런 의혹을 제기하는 등 본질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공직사회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