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lite]
1. SBS 추석특집 3부작 ‘송포유’는 대안학교 학생들이 합창을 통해 성숙해 가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무어라 평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제작진의 ‘분투’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소년들을 담으려니 쉽지 않지요.
2. ‘송포유’ 내용 중 불편한 대목도 나옵니다. 학교 폭력을 행사한 학생이 “폭행으로 전치 8주 상처를 입혔다” “애들을 땅에 묻었다” “그냥 쳤는데 기절해 버렸다” 등의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는 내용이 여과 없이 방송됩니다.
맥락 없이 듣자면 시청자로부터 욕 들어 먹을 만하죠.
3. ‘인천 모자 살해사건’ 보도 가운데 모 매체 기사에 이런 제목이 있습니다.
‘인천 모자 살해’ 차남 “형 무거워 토막냈다”
끔찍한 제목입니다. 피의자가 그렇게 말했을까요? 피의자는 왜 형의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도저히 들 수 없어서 그랬다”라고 답했습니다. “형이 무거워 토막냈다”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형 무거워 토막냈다”하는 제목을 크게 달아 ‘낚시질’을 합니다.
4. 두 폭력과 살해 가해자들의 행위가 미디어에 의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시청자 및 독자는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까요? 애들을 땅에 묻고, 전치 8주의 상처를 입히고, 형을 죽여 토막을 내는 이미지를 머리 속으로 그릴 텐데…상상만 해도 몸서리 처집니다. 미디어의 전달 방식은 무슨 폭력 게임 화면 중계하듯 하네요. 형을 죽여 시신을 토막 내는 일이 김밥 써는 간단한 일인 것처럼 보도 하는 미디어의 무의식.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입니다.
5.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교육에서 미디어학자들이 미디어 폐해로 첫 번째 꼽는 항목이 뭔 줄 아십니까? ‘폭력’입니다. 인터넷을 뒤덮고 있는 ‘섹시 코드’가 아닙니다. 미디어 종사자는 ‘폭력’ 내용을 다룰 때 신중해 줄 것을 언론 윤리로 제시하죠.
6. 시청률과 클릭 수에 혈안 된 미디어가 언론의 기본철학조차 잊은 채 ‘총기 테러’ 수준의 난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우리도 물론 반성해야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