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 박근혜&박정희 투데이] 1973 vs 2013 9월30일
1. 73년 9월 28일 김종필 국무총리가 ‘국민복지연금법’ 요강 발표 후 국민이 제기한 여러 문제점을 착안해 미비점을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화당 유정회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경제장관회의 심의를 거쳐 오는 10월 10일 경에 국무회의에서 심의할 수 있도록 국민복지연금법안을 성안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위영 문공부장관은 “이 연금제도가 아직 요강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일부 국민들은 정부의 진의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었고 또한 많은 건설적인 여론이 제시됐기 때문에 이런 여론을 성안하는 법안에 참작 보완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동아일보 73년 9월 28일자이다.
2. 국민연금제도는 바로 40년 전 9월 본격화됐다. 이 해 제정된 ‘국민복지연금법’을 바탕으로 86년 12월 31일에 전면 개정한 ‘국민연금법’에 의해 88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국민연금제도이다. 이 법은 국내 거주하는 18세 이상 60세 미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3. 73년도만 하더라도 국민은 공적연금을 몰랐다. 그런데 그해 9월 중순, 87년부터 국민복지연금을 실시하겠다고 정부가 밝혔다. 국민의 노후생활보장을 위해서였다. 정부가 이 연금제도 요강을 발표하자 국민은 어리둥절했고 정치권은 시끌벅적했다. 당시까지 공적 연금은 1960년 시작된 공무원 연금제도가 고작이었다. 결국 총리가 나서 국민을 진정시켰다.
4. 2013년 ‘기초·국민연금’ 문제로 나라가 시끌벅적 하다. 박 대통령이 선거공약서 밝힌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일괄지급’과 달리 국민연금과 연동된 새로운 안이 나오자 ‘복지 후퇴’가 아니냐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새로운 기초연금안은 ‘가입 기간이 길면 국민연금이 많아지니 기초연금은 적게 받으라’는 내용이다. 따라서 국민은 장기 가입하면 상대적 손해를 본다고 계산하게 된다.
급기야 이 문제를 둘러싸고 진영 복지부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혀 그 ‘항명’ 여부를 놓고 청와대 기류가 심상찮다.
5. 그 때나 지금이나 국민은 내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것에 대해 민감하다. 연금 등과 같은 사회보험은 ‘낸 만큼 보장 받는 보험이 아닌데’ 우리 국민은 그걸 잘 이해 못한다. 시민사회 경험이 짧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보험이라는 것이 강제성이다. 따라서 국가가 잘못 운영하게 되면 국민은 세금으로 받아들인다.
6. 이럴 때 국가는 40년 전 문공부장관이 나선 것처럼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 또 설명에 앞서 제도를 실행하려면 ‘모의실험’을 충분히 해야 한다. “법으로 강제하니 말 들어라” 하는 식은 전근대적 국가 운영이다. 바로 이 부분이 실패하니 오늘과 같은 사단이 났다. 재정 모의실험이 덜 된 상태에서 표를 의식해 공약으로 냅다 발표하고 그 뒷수습을 하려니 쉽지 않은 것이다.
“내가 지금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데 내 주머니에서 돈 내서 노인들 도우라고?”
소득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사회보험이라는 것이 소득 비례 분담하는 것인데 소득 많은 사람들이 덜 내고 있다 보는 것이다.
7. 한데 오늘날의 이 문제는 40년 전과 달리 엉뚱한 데로 튀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 ‘명령’을 따르지 않은 진영 복지부 장관의 ‘항명’으로 비쳐진 것이다.
8. 장관이 ‘항명’할 수 있다는 건 40년 전과 비교하면 굉장히 성숙된 시민 사회라는 증거다. 빨리 ‘항명’을 수습하고 국가가 기초연금 개편에 대해 ‘문공부 장관’시켜서라도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