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전 둔산경찰서와 병원측에 따르면 지난 5월 5일 지병으로 숨진 유모(68·여)씨 장례가 대전 모 병원 장례식장에서 3일장으로 치러졌다. 유족은 두 아들과 딸이 있었다.
장례식 내내 빈소를 지켰던 유족은 발인 날인 7일 오전 발인을 앞두고 자취를 감춰 버렸다. 유씨는 이 병원에서 2개월여 동안 폐렴 합병증 등으로 치료를 받다 숨졌다. 병원에 내야 할 돈은 입원치료비 700만원, 장례비 300만원 등 1000만원이다.
병원 측은 가지고 있던 연락처로 유족을 수소문했으나 이들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곧바로 이상한 낌새를 느낀 병원 측은 시신을 안치실로 옮기고서 사기 혐의로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이복 형제 사이로 딸이 부의금을 갖고 가는 바람에 나머지 아들들도 장례비가 없어 도망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이들 자녀 중 장남과 딸의 연락처를 확보, 오는 14일 불러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들을 상대로 장례비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시신을 놔두고 잠적한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현재 유씨 시신은 5개월 넘게 병원 안치실에 있다. 안치비용을 포함해 유씨 유가족들이 병원에 내야 할 비용은 15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 치료비 등이 없어 장례식 전에 유족들이 사라지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이처럼 장례식을 모두 치른 뒤 부의금만 가지고 잠적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시민 김모(54)씨는 “어떻게 5개월 넘게 어머니를 차가운 안치실에 놓아둘 수 있느냐”며 “속사정이야 어찌 됐든 천륜을 저버린 이런 상황은 분명히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성토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