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13일 건강보험공단의 진료비 청구 자료를 시민건강증진연구소와 공동 분석한 결과 30대 반도체업체 종사 여성의 경우 자연유산 유병률이 0.36%로 같은 연령대의 비경제활동 여성(0.23%)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20대 반도체업체 여성 근로자는 비경제활동 여성에 비해 최대 57%나 월경이상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 집단과 비교를 해 봤을 때도, 30대에서 최대 94%나 더 많이 자연유산 진료를 받았고 월경이상도 20대, 30대 모두 최대 40%나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 의원은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은행산업 종사 여성과 비교했을 때도 반도체산업 종사자들의 유산 비율이 높았다”며 “생식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다룬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90년대 미국과 2000년대 대만에서 제기된 반도체 산업의 생식독성 문제를 우리나라에서도 최초로 확인한 결과라는 의미가 있다. 미국과 대만에서는 반도체 사업장에서 월경이상, 불임, 자연유산, 기형아 출산 등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는 문제제기 이후 연구·조사 작업을 통해 생식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찾아내고 금지시켰다. 대표적 물질이 에틸렌 글리콜 에테르(Ethylene glycol ethers)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화학물질을 많이 다루는 반도체 사업장 등에서 불임, 월경이상, 기형아 출산 등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단 한번도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미국과 대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식독성 문제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해당하는 건강위험요인이며 태아의 기형이나 암 발생 등 다음 세대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은 의원은 “이번 결과는 건강보험을 이용해 진료를 받은 사람들만 포함된 결과로 병원을 찾지 않은 사람들은 빠져있기 때문에 과소 진단의 가능성이 높음에도,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고용노동부는 생식독성 물질들이 작업장에서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 지 실태조사를 하고, 원인물질은 우선 금지시키는 동시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