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병호 의원(민주당·부평갑)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도로공사가 2008년 이후 현재까지 ‘통행료 폐지대상 8개 고속도로’에서 계속 징수한 통행료만 6조1349억원이고, 이 중 경부고속도로에서만 4조3510억원을 더 걷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유료도로법은 고속도로 건설비와 유지관리비의 총액을 초과해 통행료를 징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같은 법의 시행령에서는 통행료 징수기간이 30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도로공사는 법령에 아랑곳 않고 통행료를 계속 징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도로공사가 ‘통합채산제’라는 도깨비 방망이를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붖석된다. 통합채산제란 2개 이상의 고속도로를 하나로 간주해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따라 경부고속도로는 통행료 징수기간이 43년이나 돼 당연히 통행료를 폐지해야 하지만, 지은 지 1년 된 다른 고속도로와 통합채산제로 묶으면 경부고속도로도 1년 밖에 안 된 고속도로로 간주되게 된다. 통합채산제가 통행료를 영원히 징수할 수 있는 만능열쇠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국의 고속도로 중 건설유지비 총액을 초과한 통행료를 이미 다 걷어서 ‘통행료를 폐지해야 하는 노선’은 울산선(울산), 남해 제2지선(김해-부산), 경인선(서울-인천), 경부선(서울-부산) 등 4개 노선이다. 도로공사는 최근 6년 동안 이들 도로에서 4조8598억원의 통행료를 더 징수했다.
또 징수기간이 30년을 넘어 통행료 폐지 대상에 해당하지만 아직도 통행료가 계속 징수되고 있는 고속도로는 경인선 등 4개 노선을 포함해 호남선(전남 순천-충남 논산), 호남선 지선(충남 논산-계룡), 남해 제1지선(경남 함안-창원), 중부내륙 지선(대구) 등 4개 노선이 더 있다. 이 4개 노선에서 도로공사가 최근 6년간 더 걷어 들인 통행료는 1조2751억원에 달한다.
문 의원은 “통합채산제는 전국의 국민들에게 동일한 기준으로 고속도로 통행료를 부과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며 “이를 악용해 국민에게 영원히 통행료를 징수시켜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문의원은 또 “건설비와 유지관리비를 초과할 정도로 이미 통행료를 충분히 징수한 고속도로는 통합채산제로부터 졸업시켜 국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