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호아! 한국 짜장면”… 명동 가보니 관광한류 이상무!

“띵호아! 한국 짜장면”… 명동 가보니 관광한류 이상무!

기사승인 2013-10-22 00:56:01

-관광 한류 열풍, 대륙 입맛도 바꿨다-

[쿠키 사회] “맛있는 짜장면집이 어디예요?”

지난 15일 서울 명동에서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일일 안내원으로 나선 기자에게 중국인 관광객 샤오(38·여)씨가 한국식 짜장면집을 물어왔다. ‘중국 음식을 왜 서울에서 찾지?’하며 머뭇거리는 사이 옆에 있던 다른 안내원이 급히 끼어들어 한 화교 식당을 알려줬다. 이 식당 사장은 “예전에는 중국인 관광객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2~3년 새 크게 늘었다”며 “단체관광객이 몰리거나 손님이 너무 많으면 그냥 돌려보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대륙에 부는 ‘관광 한류’가 중국인들의 입맛까지 바꿔놓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한국 음식문화를 접한 중국 젊은이들은 향이 진한 깻잎과 매운 김치 등에 거부감을 보여 온 중장년층과 달리 적극적으로 ‘한국의 맛’을 받아들이고 있다.

명동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웨이(27)씨는 “요즘 중국 젊은이들은 어르신들과 달라서 한국 음식에 익숙하다. 떡볶이처럼 고추장·고춧가루가 든 음식도 잘 먹는다”고 말했다. 젊은 자녀와 함께 여행 중인 창(60·여)씨는 “설렁탕 순댓국 삼계탕 냉면 등 한국 음식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1년에 한두 번은 한국에 와서 먹고 간다”며 “주변엔 들깨가루나 깻잎, 김치 맛에 익숙해진 사람도 꽤 많다”고 했다.

한국 밥솥도 큰 인기다. 명동 가전제품 매장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취(30·여)씨는 “한국산 밥솥으로 밥을 하면 윤기가 돌고 맛도 좋다는 소문이 나서 친구들이 다 하나씩 장만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 최모(40)씨는 “최근 중국 손님이 급격히 늘어 압력밥솥이 하루에 5개씩은 꼭 팔린다”며 “국경절처럼 중국 관광객이 몰릴 때는 평소보다 3~4배 더 팔린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즈주요우커(自助游客)’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여행사나 가이드 도움 없이 스스로 맞춤형 관광에 나서는 자유여행족을 말한다. 지난 1일부터 저가 관광상품을 규제하는 중국 ‘여유법(旅遊法)’이 시행돼 한국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으리란 우려가 크지만 즈주요우커의 확산으로 피해가 최소화되리라는 긍정적 전망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중국 국경절 연휴가 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중국인 관광객 17만6482명이 찾아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6% 증가했다. 이들이 국내에서 사용한 ‘은련카드’(중국은행연합회 카드) 결제액도 33.4% 늘어난 1899억원이었다.

한국관광협회 관계자는 “여유법 개정 이후 단체관광객이 줄긴 했지만 개별관광객 방문은 오히려 늘고 있어 큰 변동은 없다”며 “관광업계도 즈주요우커를 겨냥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6면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몰려드는 中 관광객… 서울인지, 홍콩인지, 본보 조성은 기자 일일 안내원 체험-

1시간도 채 안 됐는데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웃옷이 땀으로 젖었다. 익숙하던 중국어가 입에서 꼬여 나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시 관광안내입니다!”(니하오, 셔우얼뤼요우쯔쉰푸우)

일요일인 13일 낮 12시 서울 명동 우리은행 앞 사거리에서 빨간 모자와 셔츠를 입었다. 서울시가 ‘움직이는 관광안내소’의 안내원 유니폼이다. 기자는 중국어 담당 일일자원봉사 안내원이 됐다. 정려홍(23·중국어) 고빛나(27·일본어)씨와 한 팀을 이뤘다. 오가는 관광객들에게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목청 높여 인사를 했다.

겨우 세 번 외쳤는데 길을 묻는 관광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씨와 장씨는 지도를 꺼내 형광펜으로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표시해주며 설명했다. 기자에게도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맛있는 찜닭집이 어디냐.” “○○삼계탕에 가려 한다.” “○○마사지숍 위치를 알려 달라.” 낭패감이 밀려 왔다. 이렇게 자세하게 명동 구석구석을 물어볼 줄은 몰랐다. 중국어는 알아듣겠는데 명동에 대해 그들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 못했다. 지도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관광객들은 이내 정씨에게로 갔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인지 식당을 묻는 관광객이 많았다. 찜닭 닭갈비 설렁탕 등 한국음식을 맛보려는 사람들이었다. 30대 중국인 여성 관광객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맛있는 음식점을 추천해 달라. 칼국수 닭갈비 삼계탕 삼겹살 찜닭은 다 먹어봤다. 다른 건 없느냐”고 물었다. ‘뭘 더 먹으려고…’ 하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정씨도 이 질문에는 당황한 듯 잠시 생각하더니 “죽과 비빔밥을 잘하는 식당 골목이 있다”며 안내했다. ‘순두부찌개’같이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서민 음식을 찾는 이도 종종 있었다.

짜장면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주로 20~30대 젊은이들이었다. 정씨는 “중국식 짜장면과 다른 독특한 맛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퍼져 한국여행 때 꼭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지도를 꺼내 설명하는 데 제법 익숙해졌다. 명동성당, 지하철역, 백화점 등의 위치를 설명하는 데 자신이 붙었을 무렵, 20대 중국인 여성 2명이 “진산순 계단이 어니냐”고 물어 왔다. 처음 듣는 ‘진산순’이란 말에 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자 정씨가 다가오더니 갑자기 남산으로 가는 길을 설명했다. ‘진산순’ 계단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나오는 장소였던 것이다! 진산순은 김삼순의 중국식 발음이었다. 정씨는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 몇 군데를 숙지해 뒀다”고 한다. 중국의 한류 드라마 열풍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오후 3시쯤부터는 문화상품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기 시작했다. 주로 음반매장과 한류 상품 매장을 찾았다. 유명 아이돌 그룹이 광고 모델로 나선 업체의 매장을 방문하려는 관광객도 끊이지 않았다. 한 30대 중국인 남녀 관광객은 “‘런닝맨’이 TV에서 몇 시에 방영되느냐”고 질문했다. 이 SBS 예능프로그램의 방영시간을 정씨는 외우고 있었다. “그런 것까지 외우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인기 TV 프로그램 시간을 묻는 질문이 의외로 많다. ‘런닝맨’에 나온 물병을 어디서 파느냐는 질문도 들어봤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명동 거리는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여기가 명동인지, 홍콩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관광객들은 안내를 받기 위해 줄까지 서서 기다렸다. 일본어 담당인 고씨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휴일에는 보통 시간당 100~150명, 많을 때는 200명 넘게 안내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황당한 중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안내 도중 갑자기 지도를 한 뭉텅이로 뽑아가거나 갑자기 끼어들어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장씨는 “2개월 전에는 한 옷가게 앞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대변을 보게 하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여유법’을 제정해 해외 관광 피해를 차단하는 한편, 해외로 나가는 이들에겐 현지 예절을 지키도록 독려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최근 “중국인 여행객들은 현지 법률과 풍속을 존중하고 현지인들과 조화롭게 지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오후 7시 안내원 활동이 끝났다. 이날 명동에서 안내원 10여명이 상대한 관광객은 2806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중국인이 856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인(851명)이 뒤를 이었다.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는 자원봉사자의 참여도 받는다. 기자와 함께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현직 공무원 A씨(51)는 “젊은 시절 영어관광통역사 자격증을 땄지만 활용을 못해 아쉽던 차에 인터넷 공고를 보고 바로 신청했다”며 “6개월간 활동하니 명동의 명소 450여곳을 막힘없이 안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명동 ‘핫 플레이스’ 10곳 어디-

중국의 개정 여유법((旅游法)이 지난 1일 발효되면서 영세 여행사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행상품을 원가 이하로 팔고 ‘옵션 관광’과 쇼핑센터 수수료로 차액을 메우는 방법은 통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중국인을 상대로 한 전체 관광산업이 휘청거릴 것이란 속단은 이르다. 업계에서는 여유법 영향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15%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개별 관광객(자유여행족·즈주요우커)과 비즈니스 방문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중국인 여행객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21일 “일본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중국 관광객도 점차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옮겨가는 추세”라며 “10월 중국인 관광객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25%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관광공사는 중국 관광객 대상 상품을 젊은층 위주로 재편하고 문화상품을 늘리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여행 일정에 쇼핑센터 4~5곳을 포함시켜 저질 상품을 비싸게 파는 저가 패키지 상품은 없애야 한다”며 “쇼핑 공연 외식 등 개별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개성 있는 관광자원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즈주요우커들이 즐겨 찾는 서울 명동의 ‘핫 플레이스’는 어디일까. 한국관광협회 ‘움직이는 관광안내소’의 안내원들은 중국인을 상대한 경험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10곳을 선정했다.

먼저 한류 열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들이 꼽혔다. ‘신선설농탕’(명동2가 2-2)은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해졌다. 드라마를 보고 설렁탕에 호기심을 갖게 된 중국인들이 찾아온다. ‘강호동백정’(명동2가 3-3)은 각종 오락프로그램 MC를 맡아 중국에서도 잘 알려진 강호동씨가 이사 겸 광고모델로 참여한 고깃집이다. 명동점 지점장이 강씨와 닮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투썸커피’(명동1가 9-20)는 평범한 커피전문점이지만 올해 초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인 최시원씨의 팝업 스토어가 운영돼 유명해졌다. 최씨가 직접 기획한 음료와 디저트를 맛보고 매장에 걸린 최씨의 사진을 보러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다. SM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복합공간 ‘에브리싱’(충무로1가 24-23)도 20~30대 중국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곳이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 SM 소속 연예인들의 팬시상품을 판매한다.

중국 현지 맛집 블로그에 소개되거나 관광객 사이에 입소문이 난 곳도 있다. ‘레드썬 떡볶이’(명동2가 55-14)는 고객이 원하는 토핑을 얹어 즉석에서 떡볶이를 요리한다. 43년 전통의 ‘백제삼계탕’(명동2가 50-11)은 외국인들에게 더 유명한 곳이다. 예전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았지만 지난해부터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특히 오골계탕에 든 콜라겐이 피부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젊은 중국 여성들에겐 필수 코스가 됐다. 신인 디자이너의 옷을 파는 편집매장 ‘A-LAND’(명동2가 53-6)도 중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곳에도 중국 관광객들이 줄을 선다. 37년 전통의 칼국수집 ‘명동교자’(명동2가 25-2/33-4)는 칼국수 외에 비빔국수, 콩국수, 만두로도 유명하다. ‘전주중앙회관’(충무로1가 24-11)은 53년 전통의 돌솥비빔밥 전문점이다. 손님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비빔밥과 파전, 불고기를 많이 찾는다. ‘서울글로벌문화관광센터’(명동1가 31-1)는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전통복식체험관을 운영해 명소가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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