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에 관한 Q&A

멀미에 관한 Q&A

기사승인 2013-10-22 14:05:01

[쿠키 건강] 장거리 여행의 불청객은 다름 아닌 ‘멀미’다, 아이들 못지않게 어른들도 멀미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의학용어로는 ‘가속도병’, ‘동요병’이라고도 불리는 멀미에 대해 을지대학교병원 신경과 오건세 교수(사진)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 멀미의 원인은 ‘감각의 불일치’

보행을 배울 때 근육의 움직임에 대한 눈, 귀 등의 감각기관계의 반응이 머릿속에 기억되는데 나중에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생기면 기억된 정보를 가지고 감각기관들이 미리 예측을 하여 준비하고 반응한다. 그러나 차를 탄 상태에서는 이동에 따른 근육의 움직임이 없거나, 기존의 기억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므로 감각의 불일치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일상적인 움직임과는 다른 엘리베이터, 배, 비행기, 차를 처음으로 탈 경우 대부분 멀미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배를 오래 타던 사람 가운데는 배의 흔들림에 완전히 적응이 되어, 오히려 육지에 내렸을 때 멀미(이를 ‘땅 멀미’라고 부름)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는데 같은 이치다.

◇ 멀미는 병이 있거나 몸이 약해서 생기는 것?

멀미와 관계되는 감각기관들 중에서도 특히 귀가 중요하다. 귀는 소리를 듣는 역할 뿐만 아니라 신체 균형을 인지하는 세반고리관, 타원낭, 소낭과 전정신경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를 통틀어 ‘전정기관’이라 한다. 차의 발진이나 정지 등과 같은 격한 움직임으로 전정기관이 강하게 자극을 받으면 어지러움이 심해지면서 속이 더 메스꺼워지는 것이다.

두려움, 피로감 같은 정신적인 요소도 전정기관에 더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요소들이다. 가솔린이나 배기가스 냄새를 맡거나 멀미에 대한 지나친 걱정 때문에 오히려 더 심하게 멀미를 하게 된다.

멀미를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인해 생긴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오히려 양측 전정기관에 고장이 나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 멀미를 하지 않는다. 전정기관이 유난히 과민한 사람은 몸에 익혀 익숙해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이처럼 멀미는 병이 있거나 몸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도 전정기관의 기능에 따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병 아닌 병이다.

◇ 일상생활에서 시도 때도 없이 어지럽다면?

운송수단을 타지 않은 일상생활에서 멀미와 비슷한 어지럼을 느낄 때는 중요한 질병의 신호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한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멀미 같은 어지럼증은 양측 전정기관 중 한쪽에 이상이 생겨 평형이 깨짐으로 생긴다. 예를 들자면 두 바퀴로 가는 리어카의 양쪽 바퀴에 바람이 같이 들어 있으면 똑바로 가지만, 한쪽 바퀴에 바람이 빠진다면 한쪽으로 돌게 되는 현상과 유사하다.

가장 많게는 뇌의 혈류 부족 때문에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세반고리관 등 말초 전정기관이 위치하고 있는 내이(內耳)는 매우 민감한 기관이며, 특히 혈류 변화에 의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소하게는 담배나 카페인, 과도한 염분 섭취에 의해 뇌혈류가 감소해서 어지러워지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오래 서있거나 갑자기 일어섰을 때 어지럼을 느끼는 기립성 조절장애도 있을 수 있다. 또한 감정적 스트레스나 불안, 긴장이 일으키는 동맥의 경련도 어지럼증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고령, 심기능 저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뇌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가진 환자들이 중풍초기 증상으로 어지럼증을 동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조기 검사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머리에 외상을 입거나 감염에 의해 내이가 손상되었을 경우에도 어지럼과 메스꺼움 등 심한 멀미 증세를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전정기관이 회전감각에 대해 모순된 신호를 두뇌에 보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 또는 공기 중의 항원에 노출될 때 일부에서는 어지럼증을 느끼며 드물게는 다발성 경화증, 매독?종양 등 많은 신경 질환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원인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요구된다.

◇ 멀미 예방법

멀미 예방을 위해서는 배를 타거나 차를 탈 때 흔들림이 적으면서 창문을 통해 차의 흔들림을 예측할 수 있는 자리에 앉는 게 좋다. 예를 들면 버스나 자동차는 앞좌석, 비행기는 주날개 위쪽 좌석, 배는 가운데가 좋다, 복도 쪽이나 폐쇄된 공간보다는 창문 주변이 좋으며, 벨트나 단추 등 신체에 압박을 주는 것은 느슨하게 풀어주고 심호흡을 하면서 주위의 경치를 바라보면 도움이 된다.

또 차의 진행방향과 반대로 등을 보인 채 앉는 것보다 앞을 향해 앉는 것이 좋다. 차를 타기 전에는 과식과 술을 삼가야 하며, 차안에서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는 등 시선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잠을 자면 멀미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면을 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멀미가 아주 심해 장거리 여행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동일한 운전사가 운전하는 동일한 차량, 그리고 전방이 잘 보이는 일정한 자리에 앉는다면 빠른 시간 내에 적응이 될 것이다. 또 시중에 나와 있는 멀미약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멀미약은 전정기관의 기능을 둔화시켜 멀미를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스코폴라민제제인 붙이는 멀미약이 가장 많이 쓰이는데, 최소한 출발 4시간 전엔 붙여야 한다. 그러나 이 약은 부작용으로 입이 마르고, 졸리고, 시야가 흐리고,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의식이 흐려질 위험이 있으므로 어린이나 노약자가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하며, 약을 만진 후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멀미약은 단지 예방 효과만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뒤늦게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으며, 차에서 내리는 것 외에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 그저 편히 드러누워 차가운 공기를 쏘이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가 최선의 응급처치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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