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 내분 속 檢, ‘정식 감찰’ ‘후임 팀장 인선’ 정면돌파

국정원 수사 내분 속 檢, ‘정식 감찰’ ‘후임 팀장 인선’ 정면돌파

기사승인 2013-10-23 02:50:01

大檢 “조직동요 막아라”

[쿠키 사회] 대검찰청이 국가정보원 정치·선거 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검찰 내분 사태에 대해 정식 감찰에 착수했다. 동시에 특별수사팀장에서 직무가 배제된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대신할 후임 팀장 인선 절차에 들어갔다. 수사 지휘부와 수사팀이 ‘국정감사 공개 난타전’을 벌인 지 하루 만이다. 조직 동요 조기 수습과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한 강공책으로 풀이된다.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대검 감찰본부에 국정원 의혹 추가 수사 과정의 보고 누락 등 최근 발생한 문제에 대해 감찰 조사를 지시했다”고 구본선 대검 대변인이 22일 밝혔다. 길 직무대행은 “국정원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나, 그와 별개로 이번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나를 감찰해 달라. 감찰 처분에 따르겠다”고 대검에 요청했다. 검찰 고위 간부가 자신에 대한 감찰을 상급 검찰청에 먼저 요청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조 지검장은 지난 21일 국감장에서 윤 지청장이 국정원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보고·결재 절차 등을 놓고 공개 설전까지 벌이게 되자 감찰 요구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지검장은 감찰 자청 전까지 사표 제출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윤 지청장은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대검은 후임 수사팀장 인선도 필요하다고 판단, 후보군을 검토 중이다. 공안부 경험이 많은 수도권 부장검사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 간부는 “통상적 수준의 검토”라고 말했다.

감찰은 대검 감찰1과에서 진행한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진상조사에 반발해 사직한 김윤상 전 과장을 대신해 김훈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장이 현재 감찰과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1차 감찰 대상은 조 검사장과 윤 지청장이다. 박형철 공공형사부장 등 나머지 수사팀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소유지와 남은 수사를 위해 일단 제외됐다. 다만 감찰에 준하는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감찰본부는 국정원 직원 체포·압수수색 과정에서 수사팀의 보고·결재 절차 위반 및 지시 불이행 여부를 중심으로 수사기밀 유출 의혹, 수사외압 의혹 등 최근 불거진 문제 전반을 조사할 계획이다. 사실상 ‘윤석열 감찰’의 성격이 짙다.

한편 지난 18일부터 자체 진상조사를 벌여 온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에 조사보고서를 올렸다. 사안에 대한 주관적 평가는 제외하고 결재 누락 경위 등에 대한 조 지검장, 윤 지청장 및 수사팀의 입장을 정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대검 전격 감찰 착수·후임 수사팀장 물색 왜?

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의 국가정보원 특별수사팀과 지휘부가 보인 자중지란에 대해 ‘정식 감찰’과 ‘후임 팀장 인선’이라는 정면 돌파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속히 시비를 가리고 조직을 안정시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국정감사 발언을 ‘항명’ ‘기강문란’ 등으로 규정한 여권의 강경 기류와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전격 감찰·후임 팀장 물색, 왜?=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22일 국정원 수사 과정의 보고 누락 등에 대해 감찰 지시를 내리며 ‘철저한 감찰’과 ‘엄정한 책임 추궁’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외압 의혹과는 별개로 윤 지청장이 내부 결재 절차를 어기고,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국감에서) 공개한 데 대해 수뇌부가 격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지청장이 국감장에서 지휘라인에 직격탄을 날린 게 감찰의 직접 이유가 됐다는 의미다. 대검은 윤 지청장의 ‘돌출행동’이 지휘부 리더십에 큰 타격을 줬다고 판단했고 서울중앙지검의 진상보고가 올라오자마자 감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나를 감찰해 달라”며 대검에 공개 요청한 것도 진실공방이 이어지면 조직을 지휘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다. 대검에 윤 지청장 감찰 명분을 제공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대검은 윤 지청장을 대신할 후임 수사팀장 인선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윤 지청장이 직무 배제 명령을 받은 뒤 박형철 공공형사부장이 이끌고 있다. 박 부장이 이번 사안에서 윤 지청장과 보조를 같이 한 터라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는 새로운 인물을 수혈할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자는 선거법을 잘 알고 조직을 장악할 공안부 출신의 고참 부장검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일각에서는 대검이 감찰 결과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철회하거나 내용을 축소하는 데 근거로 삼으려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팀이 독자적으로 감행한 공소장 변경 신청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과 관련해 사전에 조직 기강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내분 조기 수습 가능할까=대검 간부들은 윤 지청장의 행동에 대체로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팀이 결과적으로 국정원 직원 체포, 공소장 변경 신청 등 하려는 것을 다 했는데 상급자 입장을 너무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수부 검사들은 침통해하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윤 지청장은 국감 당일 수사팀 및 일부 특수부 검사들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현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나 윤 지청장 등 수사팀에 책임을 묻는 감찰 결과가 나오거나, 공소장 내용 수정 등에 나설 경우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젊은 검사들 사이에선 대검과 법무부를 외압의 진원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팀장 잃고 미운 털 박힌 수사팀 갈 길은 먼데 동력이 떨어진다

윤석열 여주지청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난타전으로 특별수사팀은 수사 과정의 정당성을 부각시켰지만 잃은 게 많다.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지휘부는 수사팀의 돌출행동을 차단하는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팀장 잃은 수사팀은 ‘미운 털’이 박혀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됐다.

수사팀은 현재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댓글을 추가로 발견해 해당 계정과 국정원의 연관성을 확인 중이다. 5만5689건 트위터 내용에 대한 보강 수사도 필요하다. 국정원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의 외압 의혹 수사도 완료되지 않았다.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 ‘감금’ 사건 수사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기소된 이들에 대한 공소유지 문제도 남아 있다.

일은 산적해 있지만 동력은 떨어졌다. 수사와 공판을 지휘한 윤 지청장이 배제된 데다 박 부장검사도 향후 감찰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팀 검사들은 이미 윤 지청장 진상조사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장검사는 수사팀과 각을 세웠던 이진한 2차장검사의 직접 지휘를 받고 있다.

지휘부 시선도 싸늘하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지청장의 독단적 수사 강행에 수사팀 전체가 동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 일부는 지휘부의 특정 간부를 지목하며 “스파이 노릇을 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지휘부는 “인간적으로 너무 큰 배신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검찰 지휘부가 수사팀 의견을 배척해 자칫 수사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검찰은 지난 6월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수사팀 인원도 단계적으로 축소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의도하는 만큼 수사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전재우 기자
blue51@kmib.co.kr
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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