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장윤형 기자] 환자는 마루타? 제약사들의 의약품 재평가 회피

[현장에서/장윤형 기자] 환자는 마루타? 제약사들의 의약품 재평가 회피

기사승인 2013-10-23 11:08:00

양승조 의원 국감서 지적, 다만 제약사·의약품 구체적 안밝혀 아쉬워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의 효능 재검증 지시를 받자 상당수가 시장에서 해당 의약품을 자진 철수 시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제약사의 이러한 회피로 인해, 국민은 안전성 및 효능 재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약을 복용한 대가로 ‘마루타(통나무)’가 될 위험에 처해있다는 극단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제약사들의 의약품 시장철수 행위가 관행이라는 점에 있다. 그들은 왜 이러한 자진 취하를 감행하고 있을까?

◇제약사 ‘개발부서’의 의약품 시정철수 관행, 피해는 ‘국민 몫’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양승조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8월까지 제약사의 의약품 허가 자진 취하 제품은 1216개이고 이 중 245개는 의약품 재평가를 앞두고 자진 취하했다. 이중 재평가 대상은 245개 품목으로써 생동재평가 대상은 107개, 문헌재평가는 138개 품목이 자진 취하됐다. 즉 식약처가 효능 입증 자료를 제출하라고 지시한 의약품 중 245개 품목이 재평가를 회피한 것이다.

우선 의약품 재평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의약품의 대한 관리, 감독처인 식약처는 유통 중인 의약품의 약효를 검증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재평가를 실시한다. 이러한 효능 재평가가 이뤄지면, 문제가 되는 의약품에 대해 식약처가 허가 취소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의약품에 대해 즉각 회수 조치를 취한다. 그리고 처분 내용이 만천하에 공개된다. 그러나 제약사들이 사전에 자진취하를 할 경우 이미 유통 중인 제품은 판매가 가능해 일반 환자들은 계속 복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환자들에게 팔아오다가 효능을 입증해야 하는 재평가를 앞두고 슬그머니 시장에서 자진 철수를 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는 게 양승조 의원의 지적이다.

사실 이러한 제약사들의 의약품 자진 철수 행위는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H제약사의 경우를 예를 들면 특정 의약품의 매출이 ‘2억’일 경우 매출 대비 효능 재검증을 위한 의약품의 재평가에 필요한 임상 비용 등의 기회비용이 매출 대비 크게 상회할 경우, 이에 대한 기회비용을 감당하기보다는 의약품 자진 철수라는 ‘꼼수’를 부린다는 것이다.

소위 국내에서 알아주는 ‘규모가 큰 제약사’들의 상당수는 이렇게 개발부서를 통해 의약품 자진 철수 행위를 관행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의약품의 재평가를 통해 해당 의약품이 철수하게 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히 타격을 입을 것을 염려해 사전에 발을 내빼는 것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 대다수의 국민이 된다.

◇245개 의약품은 어디?, 국감서 공개 안돼

그렇다면 효능 검증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재평가를 회피하고 자진 철수한 245개 의약품은 무엇일까. 또 이러한 자진철수 행위를 관행으로 일삼는 제약사는 어디일까. 양승조 의원실 관계자는 “정리된 자료가 이제 없다”고만 얼버무렸다. 시중에 유통될 지도 모를 효능 재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약을 복용하는 국민들에게 ‘알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번 국감현장에서 양승조 의원은 분석한 245개 의약품에 대해서는 기자들에게 정식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을 위한 국정감사라고 하면서 양승조 의원실이 자료가 없다고 내놓지 않은 것은 미심쩍은 부분이다. 물론 관련 자료는 식약처 의약품사이트를 통해 보면 된다. 기자가 살핀 결과, 이곳에는 의약품재평가를 피한 국내 제약사도 상당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이 일일이 살피기에는 번거로움이 있다.

기업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다. 그러나 제약사는 이윤 추구가 전부가 아니다. 의약품을 다루는 기업이기 때문에 윤리·도덕성의 문제가 결부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양심 기업을 걸러내는 것도 정부 감독 기관이다. 식약처는 의약품재평가를 사전에 회피하기 위한 245개 의약품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을 마루타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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