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주의자’라지만 아들 병역면제 미스터리… 김진태 檢총장 내정자, 청문회 쟁점

‘원칙주의자’라지만 아들 병역면제 미스터리… 김진태 檢총장 내정자, 청문회 쟁점

기사승인 2013-10-28 09:09:01

[쿠키 정치] 김진태 전 대검찰청 차장이 ‘재수’ 끝에 27일 차기 검찰 수장으로 내정됐다. 그는 전임 검찰총장 인선 때도 ‘최종 후보 3인’에 올랐지만 끝내 박근혜 대통령의 낙점을 받지 못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이어 다시 ‘특수통’ 검사가 검찰 수장 후보에 올랐지만, 김 내정자는 기존 특수수사 관행에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주의자, 깐깐한 상관’=만 61세인 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1960년대 이후 ‘최고령’ 총장이 된다. 김 내정자는 78년 한국은행에 입사했다가 82년 뒤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황교안(56) 법무부 장관보다도 5살이 많다. 서울대 법대 학생 시절 유신반대운동에 참여했다가 도피 생활을 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수사 일선에 있을 때 굵직한 권력형 비리 사건을 다수 담당했다. 95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을 직접 조사했다. 한보그룹과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 비리 사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 수사도 맡았다.

그러나 중수2과장이던 2002년 홍업씨를 구속한 뒤 뚜렷한 특수수사 분야 보직을 맡지 못했다. 때문에 김 내정자를 ‘비주류 특수통’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김 내정자 본인도 사석에서 최근의 특수수사 방식에 대해 ‘거칠다’ ‘너무 밀어붙인다’ 식의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김 내정자를 선택한 이면에 ‘특수수사를 잘 아는 사람이 특수 검사들을 관리하라’는 의중이 담겼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내정자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91년 법무부 장관으로 있을 때 법무심의관실 검사로 보좌하기도 했다. 김 실장이 지인들에게 “김진태는 내가 아는 최고의 검사”라고 평했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이에 김 내정자는 “평검사와 장관으로 일한 것 외에 개인적 교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후배들에게 ‘원칙주의자’ ‘훈장’ ‘깐깐한 상관’ 등으로 인식된다. 강단 있고, 치밀하게 업무 처리를 하지만 그만큼 부하 직원들에게 엄하게 대했다는 뜻이다. 고참 검사 시절 후배들이 공소장이나 보고서를 부장검사에게 올리기 전 본인에게 먼저 ‘검열’을 받도록 하고, 색연필로 문장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훈계했다고 한다.

◇아들 병역 면제, 쟁점 될 듯=청문회에서는 김 내정자 아들의 병역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1976년 5월 육군에 입대해 일병으로 복무만료 전역했다. 그러나 외아들은 2005년 고도근시로 3급 판정을 받았다가 김 내정자가 대검 형사부장이던 2009년 3월 ‘사구체신염’(신장의 사구체에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염증성 질환)으로 군 면제됐다. 사구체신염은 병역면탈 행위에 악용됐던 대표적 질환이다. 김 내정자는 “아들이 3~4차례 자원입대하려 했지만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경남 출신인 김 내정자가 전남 여수에 땅 985㎡, 배우자 명의로 전남 광양에 임야 1만3436㎡를 보유 중인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김 내정자는 올 고위 공직자 재산신고 때 이 땅들의 가액으로 1억7973만원을 신고했다. 당시 총 재산은 24억4000여만원으로 신고됐다.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160.28㎡)가 16억800만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고, 본인과 가족 명의의 현금과 예금이 각각 3700만원, 5억8500여만원이었다. 지난 4월 퇴임 후 중소형 로펌의 고문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전관예우 문제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야당 측은 ‘김기춘 실장 사람’이라는 세간의 평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전략으로 알려졌다.

◇취임해도 험로 예고=지난해 12월 사상 초유의 ‘검란’으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낙마했을 때 구원투수(직무대행)로 투입됐던 김 내정자는 이번에도 내우외환의 검찰 조직 수습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청문회를 무사 통과한다 해도 험난한 길이 예고돼 있다. 김 내정자도 “어려운 시기에 잘할 수 있을지 저도 참 걱정”이라고 했다.

당면 과제는 국가정보원 사건 수사를 두고 빚어진 검찰 내부 갈등을 봉합하는 일이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인 만큼 수사가 어떻게 마무리되든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점도 부담이다.

검찰 수뇌부에 대한 검찰 안팎의 ‘불신’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채 전 총장이 ‘혼외 아들’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누가 새로운 총장이 되든 정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검찰개혁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신임 총장과 수뇌부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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